부평역 지하철에서   솔새김남식

언젠가 널 만나고 돌아오는 길 이었다

그날도 겨울비가 많이 내렸지

지하철을 타려고 계단을 막 내려 가다가

혹시 그 자리에 아직 네가 그냥 서 있는 줄 알고

문득 돌아다보니 넌 저만치 가고 있었다

"어서 가아" 라고 말 하려고 했었는데

부평역 지하철에서 못내 서운함을 감추지 못 하였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발 길을 돌아섰고

나 혼자 이러는 게 아닌가하고 자책을 하다가

엉겁결에 탄 지하철이  

반대 방향 ​엉뚱한 곳으로  가는 줄도 모르고  

난 눈을 지그시 감고  네 생각을 했었다

이건 인연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지만

그래도 널 놓치지 않으려 하였다

누구나 자신에 의지대로 안 되는 게 있다면

아마 그것은 사랑하는 일이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에 원치 않은 곳에서 내렸다

그리고 밤 늦은 저녁 집으로 가는 길목

​빈자리가 없도록 사람들로 가득한  

어느 낯선  ​목로 주점에 잠시 들렸다

그곳에서 막걸리 한두 잔이 들어가니까

자신도 나고 막 용기가 생기더라

그래서 씩씩하게 달려가기로 했다

좋아한다고 말 하면 넌 저 만큼에서

떨어져 경계 하겠지만

사랑이 어디 그리 쉽게만 오던가

어느덧 취기가 돌아서  

주점을 나 오는데  함박눈이 내리더구나

내일 아침은 온 세상이  

겨울 속으로 하얗게  채색되어 있겠지

눈 내리는 오늘 밤

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