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뼈가 드러난 산을 오래도록 보고 있었다 

지친 소가 화포 속으로 걸어 들어올 때까지

소의 긴 울음이 산을 휘돌아 붓을 세울 때까지

어디 하나 상처가 아닌 곳이 없는

갈아 엎어 놓은 땅 희끗희끗 뼈들이

흙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남자는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남자는 붓을 들어 소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붓이 닿는 곳마다 나마의 거친 숨소리가 산맥으로 일어서고

헐거워진 뼈들이 단단해져 갔다

또 한 번이 긴 울음이 산을 휘돌고 있었다

무덤같이 적막한 집으로 남자는 걸어 들어갔다

눈이 내리면

소들이 백두대간을 타고

북으로 북으로 내달리는 소리가 들렸다

-박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