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에 쌓인 바람 속을 걷는 인생 길
나풀나풀 불나비 되어 불의 춤을 추며
모래시계를 태워 불멸의 사랑을 꿈꾸다.
난파되어 침몰된 그리움의 흔적을 털어 내려
나는 한적한 겨울바다에 다시 선다.
언제나 하늘을 이고 진 고달픈 삶
허공을 치는 바람에 무심하고 싶지만
비우고 채워야하는 우주의 섭리에
거부하지 못하고 갯벌은 벅찬 숨을 내쉬며
침잠된 갖가지 언어들을 토해 내고있다.
생의 강에 흐르던 인습에 얽매여
끝없이 흘러 들어온 이 시대의 소산물


사치스런 감정의 허물과 욕망들을 끌어 안은
바다는 부끄럼 없는 알몸을 서슴없이 들어내며
좀 더 깨닫고 좀더 성숙한 인간이 되라 한다.
그러나 어찌하랴 세월은 기다리지 아니하고
내 영혼은 끝없는 자유를 추구하는데
세상의 얄팍한 지식과 세속에 물들어
내 속에 자아가 너무 많아 걸림돌이 된 것을
사슬에 묶여버린 대지처럼 사철 푸를 수만 없는 것을
변명처럼 바람의 끝을 뿌리치며 돌아서는 길에
바다는 여전히 돛단배 띄워 하늘 구름 벗하며
고뇌하는 생의 길목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사연 많은 나그네 발걸음들 다시 찾을
그 날들을 위해 또 다른 메시지를 준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