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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릴 것이고, ​기다림은 너를 기다릴 것이다
7 shffo10 2019.11.15 09: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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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다릴 것이고, ​기다림은 너를 기다릴 것이다 / 김정한

 

 

아침에 일어나,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두 글자, 나는 당신을 꺼내어 읽는다. 어제 만난 너의 행동이 내 손끝 따라 움직인다. 몰입은 공기까지 날카롭게 하지만, ​너에 대한 생각이 부드럽게 벗겨지면 천한 웃음을 흘릴 정도로 나는 좋다. 책을 읽어도 지문의 구석구석에 네가 있어, 내용의 주인공이 된다. ​​오늘따라 나를 따라다니는 네가 가볍다. 곳곳을 부유하지만 입안의 젤리처럼 유연하다. 작업을 하는 순간에도 너는 항상 내 곁에 있다. 쓰고 싶어 어휘가 춤추는 날에는 고유의 무채색을 그려낸다. 그러나 꾸역꾸역 행간을 호흡하는 나는 이 자리에서 생을 마칠 수도 있겠지만, ​너에 대한 생각을 벗겨낼 때에는 모든 것이 파괴적이고 매력적이다. ​​태양을 호흡하면서도 너를 생각한다. 생각이 행간 위를 널뛰기하듯 춤춘다. 춤추는 어휘, 나의 분신은 가볍고 아스피린만큼 나쁜 기억을 해독한다. 오늘 밤, 내가 문을 열면 네가 문을 닫는다. 나는 차갑게 열리고 너는 뜨겁게 닫힌다. 그 안에서 환한 새 얼굴이 태어난다. 나를 괴롭히던 고단했던 삶도 잠시 잊는다. 이윽고 흘러가면 나는 조금씩 사라질 것이다. 어느 날 느닷없이 홀연히 사라지는 바람의 후예가 될 것이다. 그때까지 너는, 내 세상에서 가장 오래도록 늙어갈 단 하나의 문장이다. 내가 너를 읽고 노래하지만, 언젠가는 네가 나를 읽고 노래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때까지 나는 너를 읽고 노래한 사실을 너에게 감출 것이다. 다만, 네가 그 사실을 발견하도록 시간을 허락할 것이다. ​네가 나를 완전히 읽고 너와 내가 하나의 문장이 될 때까지 나는 기다리는 시간을 허락할 것이다. 지상에서 가장 오래된 문장은 너이기에, 나는 기다릴 것이고, 기다림은 또 너를 기다릴 것이다. 한 세상을 함께 하며 애정하고 그리워하던 애정의 연금술을 나는 완성할 것이다.

김정한 신작 산문집 [나는 이별하는 법을 모르는데 이별하고 있다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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