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일어나 밖을 보니 

아침 부터  

하늘이 잔뜩 흐리다  

 

오랜 세월 함께 살지 못하고 

엄마 없이 살아가는  

두 딸에게 전화를 한다 

 

" 니들 바다 라도 보고 올래 "   

"응 알았어" 하고 대답한다  

 

한참 밖으로 돌아다닐 

이십 대 이건만 

못난 아비가 

어디를 가자고 하든 

 

싫다는 소리 한번 안 하고 

언제나 응 알았어 란 대답에 

그저 고맙기만 하다 



오후 한시 

 



바닷가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커피 숖을 찾아가 앉아 있으니 

두둑 두둑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비 오는 날씨인데도 

갯벌에는 많은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어린아이들과 조개를 캐는 

가족 단위 모습이 더 많아 보인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 아닌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부처님도 

그동안 홀로 드넓은 산을 지키느라  

참 외롭고 쓸쓸했을 텐데 

 

오늘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반겨 줄 테니 

쓸쓸하지는 않겠구나 

 

보슬보슬 내리는 빗속에서도 

갯벌에 옹기종기 모여 

사랑이 샘솟는 행복한 가족들처럼 

 

잿빛 하늘 아래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가 

 

눈물 흘리며 

괴로워하는 이 없이 행복하기를 

마음으로 나마 빌어 본다  

 

 



(2018/05/22 마음의글 김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