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에 알람을 해 놓았는데 어제저녁 2시반에 잠이 깨어 일어나서 뭐 좀 이것 저것 뒤적이다가 4시에 다시 취침을 하다보니 고단했던지 6시알람을 그냥 꺼버리고 자 버렸다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일어나니 시간이 딱 7시다. 늦으면 등록을 못 할 수도 있어 일찍 가서 번호표를 탈려고 했지만 서두르지 않고 편한 마음으로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옷을 입고 나가는데 비가 조금씩 내린다.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고 적당히 찹찹하니 오히려 찬 공기가 혈관에 맑은 피를 돌게 하여 생기를 북돋운다.

오늘이 방배동 문화센타에서 내년 1월부터 하는 어학공부 등록을 하는 날이다. 지하철역으로 들어가니 아주머니들이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다. 청소 열심히 하는 장면을 보면 괜히 기분이 좋다. 차를 타니 학생들과 젊은 직장인들이 꽉 들어 차 있다. 나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평일에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타는 일이 드문데 모처럼 타보니 지하철속이 젊음으로 넘치는것 같다. 일요일에 등산 가느라고 새벽에 타 보면 고객들이  등산객들과 노동자들이 대부분이다 . 차림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일용직 근로자들로서 하루 일터를 구하러 가거나 일터에 가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오늘은 목요일이 되어서 그런지 학생들이나 직장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세상이 시끄럽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을 보니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그런데 이 차속에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이 눈에 띈다. 왼쪽으로 쳐다보니 3m쯤 저 쪽에 서 있는 젊은 여성이 배가 불룩하다. 그런데도 앞에 앉아있는 학생, 젊은이들이 멀뚱멀뚱 먼 산만 쳐다보고 있다. 나이 든 사람은 자기 딸이, 젊은 사람은 누나나 여동생이 저런 경우에 어떻게 할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과감히 거기로 가서 야 학생들 너거 좀 일어나거라 하고 이야기 못하는 나 자신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문화센타에 도착하니 7시30분이다. 신청자가 많이 예상되므로 번호표를 나누어 주는데 받아보니 42번이다. 나 앞에 41명이 먼저 왔다는 이야기다. 나는 수강신청서를 챙겨서 석장을 썼다. 영어기초반 중국어기초반 일본어기초반을 신청하는데 현재는 영어기초반 영어중급반 중국어기초반을 듣고 있는데 영어기초나 중급중에서 하나만 듣고 대신 일본어를 하나 들으려고 하는데 중급반보다는 아예 기초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기초반으로 할까 하며 중국어는 계속 그대로 들으려고 한다. 실제 등록은 9시부터 하니 1시간이상의 여유시간이 있다.

아침을 안 먹었지만 어제 저녁 중간에 깨었을 때 우유에 콤푸로스트를 타서 한 그릇을 먹어서 그런지 별로 시장기가 없다. 그래서 가지고 간 문고본 책 유홍종의 '천국의 나그네'를 꺼내어 읽는다.

훤한 전등아래 편한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니 독서 진도가 빠르다. 나는 이런 독서를 즐긴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결례가 되지 않는곳이면 어디든지 앉아서 본다. 항시 앉는 나의 책상보다는 장소가 바뀌고 분위기가 달라지면 오히려 독서가 더 잘 된다.

책을 읽다 9시가 되니 등록을 한다고 하면서 10명씩 신청을 받는다. 내 차례가 되어 신청서 석장을 내미니 오늘은 등록을 두가지만 할 수 있고 더 하려면 다음주에 인원이 모자라는곳에 가능하다고 한다. 두 과목의 한 학기 3개월치 수강료 120,000원을 카드로 내고 나니 마치 대학입시 합격한 것처럼 기분이 좋다. 주변 편의점에 가서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사서 문화센타 일층 휴게실에서 먹고 10시에 하는 중국어 강의를 들으러 간다.

지금 듣고 있는 중국어는 아직 봉사가 지팡이 처음 더듬는 수준밖에 안되니 내년에 좀 열심히 해 보자. 그래서 조금씩 중국어 회화도 할 수 있도록 하고 영어회화도 제법 자신감이 생기니 좀 더  열심히 하고

일본어도 안 한 지가 오래 되는데 다시 기초부터 제대로 해 보자. 별로 쓸 데가 없을런지 모르지만 어학공부 자체가 즐거움이라는 생각으로 한다. 함께 영어를 공부하는 분중에 나이가 84세되시는 분이 있는데  실력도 상당한 수준이시고 또 젊은이 못지않게 열심히 하신다. 결국 어학공부도 자기만족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