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깨를 털면서 / 湖夜 이춘효 -

잊혀질 수 밖에 없었던

어릴적 무의식의 주머니,

베어질 수밖에 없었던

사탕같은 비밀의 꼬투리,

서로의 안부 궁금한 것은

여기서도 예외는 아니지

열려라 참깨, 소리치며

어지러운 마음 묶어

툭, 툭, 깻단을 두드린다

두드린 만큼

한치 오차없이 조여오는 꼬투리 속에서

말없이 끌려나오는 옛 애인처럼

준비된 자리 위에 앙금만 쌓여간다

어쩌다 부는 바람에

흩어질 줄 모르고

깨알과 잎이 뒤섞이는

은근한 오후에 젖는다

2017. 9.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