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펌

길을 갑니다

그냥 걸었습니다.

다행히도

길은 늘 친절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죽으라는 법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살만하고 걸을만하여

지금 여기 가을에 서 있습니다.

지치도록 뜨거운 꿈과 욕심을 떠나

이 가을에 선선한 마음과

풍요로운 결실이길 소망합니다.

허수아비

고추잠자리 높고 푸른 하늘

달콤하고 발그레 익어가는 대추

고개 숙인 벼 이삭

하늘거리는 코스모스

울긋불긋 단풍

모두 그리운 가을 속 정겨움입니다.

포근하고 착한 당신도

가을 풍경화에 그려지는

마음이 고향처럼 늘 그리운 얼굴입니다.

- 김인숙 / 가을 풍경화 -

출처:詩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