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진 자

빚 없는 사람 있을까만

그 빚의 종류와 크기가 다른 것을 빼면

우린 빚진 자임이 분명하다.

더러

빚 준 자라 자부하는 이

빚 없어 당당하다는 이를 보면

배알이 꼬이고

모자라도 한참을 모자람에

속이 뒤틀린다.

빚을 돈으로 계산하는 무지에

구역질이 난다.

은혜를 입은 것도 빚이요.

도움을 받은 것도 빚이고

술 한 잔 얻어 마신 것도 빚이며

어려움 같이해 힘 얻은 것도 빚임이 분명한데

빚이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부모님께서 낳아 길러준 것도 빚인데

빚이 없다는 게 있을 법한 일인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일 없는 나나 너는

빚지고 살다가 빚에 묻힐 몸이 아니던가.

다는 아니더라도 빚더미를 헐어 높이 낮추고

더는 빚의 독을 채우는 일에서 한 발짝 물러나

빚 갚음에 남은 생을 걸어도 좋으리라.

- 돌샘 이길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