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접시꽃

하얗고 동그란 접시꽃이 피면

주름진 얼굴에 흰 고무신을 즐겨 신으시던

할머니 생각이 난다.

내가 어린 시절 학교에 가기 전 엄마는 매일

똑같은 잔소리를 늘어놓으셨다.

그것은 언제나 할머니의 흰 고무신을 닦으라는

것인데 할머니가 외출하실 때 신는 코가 오뚝한 고무신을,

지푸라기를 뭉쳐서 닦아서 하얗게 반질 반질 윤이 나게

닦는 일이 어린 우리들이 할 일이었다.

엄마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기도 바쁜 아침

우리들은 서로 일을 미루다 엄마께 지청구를 듣기도 했던

아련한 추억이 있는데...

수돗가에서 할머니의 흰 고무신을 씻어서

댓돌 위에 올려놓으면 할머니는 무척이나 흡족해 하셨다.

내가 어린 시절 뛰어놀던 뒷마당에는 작은 텃밭이 있고

텃밭에는 살구나무가 한 그루 있었고, 그곳에는 할머니의

작은 정원이 있었다.

할머니의 정원에는 계절마다 아름다운

자태로 꽃들이 피고 지곤 했는데, 하얀 도라지꽃이

보라색 도라지꽃이 피면 나는 장난으로 꽃을 터뜨리기를

하면서 할머니의 아끼던 꽃들을 가지고 놀았다.

지금처럼 오월이면 둥글고 소박한 접시꽃이

필 때면, 나는 하루하루 꽃망울을 보며 언제 꽃이

활짝 피는지 보려고 뒷쪽으로 난 방문을 열고 바라보곤 했는데...

어느 날에는 순백의 하얀 드레스 자락같은

색이 꽃망울을 터트리기도 하고, 한 떨기 붉은 장미의 색으로

피기 시작해 내 유년 시절의 한때를 추억하게 만들기도 했다.

지금도 접시꽃을 보면 할머니의 모습이 스친다.

- 조미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