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우주의보 / 湖夜 이춘효 -

한꺼번에 폭우가 쏟아진다면

그대 그리움의 바닥마저 패이고 말까봐

미리 알려드립니다

일탈을 꿈꾸는 바람이나

구름도 되지 못하고

다른 것들의 몸을 빌려

자신을 묻고 있는 그리움이

우당탕 우당탕,

하늘 부서지는 소리를 듣는다면

하늘 끝으로 달려가는 길 같아서

뼈에 사무칠 것이므로

만삭의 구름 뭉치들이

가슴 밑바닥까지 이어진 물길로

몸을 풀어 차분해질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후드득 후드득, 소리나는 것들은

왜 둘둘 감겨 따라오는지

떨어져 나간 한쪽 귀를 찾는 것처럼

기어이 바깥으로 나를 끌어내려 해도

비 맞는 지붕처럼 기다려주세요

2017. 8.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