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초 宰相 황희정승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하루는 退勤하여 집으로 들어서는데 비복(婢僕)-(男,女종)이 서로 눈을 흘기며 싸우고 있었습니다.

황희 정승이 지나가다 왜 싸우냐 물으니 男종이 씩씩 거리며 사연을 말한다. 황희 정승은 가만히 듣더니 

-너의 말이 옳구나 

그러자 女종이 눈물을 찔금거리며 대감 앞에 와서 분을 털어 놓는다. 정승이 또 듣더니 하는 말 

-너의 말도 옳다  

그러자 한 아전이 나오더니 

-대감 나리, 뭐 그런 이상한 판결이 있나요? 

한참 뜸을 들이던 황희정승은 씩 웃더니 

-그래,너의 말도 옳으니라- 

때론 '현명함이나 바른 처세술'로 또 때론 '중도'의 예로 종종 인용되는 일화입니다.

아이들이 싸웠다 치죠. 각자 자기 입장을 항변합니다. 부모가 (1)'형 네가 옳다, 동생 너도 옳다' 아니면 (2)'둘 다 똑같은 녀석들이다'라고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찌 받아들일까요.

이런 태도가 곧 '양비론'입니다. '양시양비론-모두 옳거나 모두 그르다'는 뜻이죠. 올바른 표현은 '양비론'입니다. 모두 '그르다'는 것은 모두 '옳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죠. 

세상 어떤 것이나 어떤 경우도 100% 옳거나 그른 경우는 없습니다. '진리'란 없습니다. 그때의 상황이나 혹은 각자의 판단이 '진리'일 뿐이죠. '천동설'의 진리가 하루 아침에 '지동설'로 바뀌었듯, 진리란 불변의 옳음이 아니라 가변적인 '지금, 이 순간'의 옳음일 뿐이죠.

'중도(中道)'의 사적적인 뜻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아니하는 바른 길'입니다. 하지만  '중(中)'을 뜻 그대로 '가운데'를 지칭함이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도'란 어느 한 극단으로 치우침을 경계하고 있는 말입니다. 

'나'와 '너', '우리'와 '남' 등의 이분법적 태도와 사고는 어떤 경우에도 '화합'을 이뤄내기 힘듭니다. '내 생각'과 다르면 모두 '적'으로 돌리는 극단적인 사고는 항상 그리고 언제나 비극적 결말을 가져왔음을 역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중도'에서 경계하는 '극단으로의 치우침'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사상)와 태생이 같습니다. '주관'이 희미하니 '애매'한 것이고, 이런 경우 한 극단으로 치우치는 함정에 쉽게 빠지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양비론=기회주의'. 양비론자=기회주의자'로 단정짓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정체성'입니다. 나아가 정체성에 '정당성'이 더해진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을 것입니다.

-쇠좆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