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중국 당 때부터 선사들이 즐겨 한 말인데 성철 스님이 되짚어 유명해진 말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참으로 기발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이 말을 두고 한 명쾌한(?) 해석들이 있다.

1.자연주의자적 입장 - 산을 골프장이나 아파트 예정부지로 보지 말고 물을 해수욕장이나 요트장 개발부지로 생각하지 말자.

2.탐욕을 경계하는 입장 - 산은 산대로 물은 물대로 놔둬라. 남의 재물이나 애인을 엿보고 탐내지 마라.

3.평등주의적 입장 -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존재 이유가 충분하다. 피부 색깔로이나 외모 또는 재산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재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산을 산이 아니라고 하거나 물을 물이 아니라고 하면 안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모두 같은 존귀한 인간이고 평등하게 대우받아야 한다.

1.A는 B다.

2.A는 B가 아니다.

3.A는 B이면서,  B가 아니다.

4.A는 B도 아니고, B가 아닌 것도 아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는 1번 명제처럼 보이지만 실은 나머지 2,3,4를 돌아(건너뛰고), 궁극적인 1번 명제를 밝힌 것이다.

2번 명제를 보자. 산이 산으로 불림은 물과의(다른 사물과의) 비교나 대비가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물이 물로 불림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남,  이것과 저것' 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이다.)

상대가 없으면 자신도 없다는 혼란에서 3번 명제가 대두된다. 경계는 허물었지먼 여전히  '그와 나'는 다른 것처럼 여겨진다.(여전히 이분법적 사고이지만 의구심을 가지면서 경계가 허물어지며 모호해진 단계이다.)

더 나아가 비로소 4번처럼  '너와 나'의  구분이 없어진다. 분별이 사라지니 하나가 된다. 하나이니 A와 B로 나눌 수가 없는 그 무엇이 된다.(우리나 서로가 아니라  '하나'가 되고,  하나 뿐이니 이름을 붙일 수조차 없다. 세상에 남자나 여자 둘 중 하나의 성별만 존재한다면  '남자, 여자' 라는 단어가 존재할 수 없는 이치와 같다.)

분별과 가름이 없으니 이제 상대를  '너'라고 불러도 하등 문제될 게 없다. 이분법을 떠난 상태에서의  '나와 너'는 사실상 너와 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뭐라 명명할 수도 없다. 그냥 있는 것이다. 그냥 거기 또는 여기에 그렇게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조각조각 잘라 팔이요 다리요 머리요, 라고 하지는 않지 않는가.

그래서 1번 명제처럼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인 것이다.

이것이  '중도'이다.

-쇠좆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