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노모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이런, 이런.
알맹이 빠져나간 검불뿐인 헛껍질
팔에 걸린 무게의 가늠이 안 된다.

자식 일곱 키우느라 평생을 허비하고
쭉정이로 버텨온 그 당찬 생의 골격에
숭숭 꿇린 구멍으로 드나드는 서릿발 한기를
홑이불에 쟁여 넣던 본능이 삭아 내린 당신의 무게
입김에도 무너지고 마는 가벼움을 만질 수가 없다.

90을 살아오면서 흘린 눈물과
하늘이 뱅그르 도는 허기에 달라붙은 빈혈과
가슴에 푸른 물로 고인 응어리들의 반란으로
당신의 체중이 새고 있는 줄도 몰랐던 숨 가쁜 세월

강한 표정 일으켜 세워
빈 독 긁어 닳은 쪽박의 소리 감추고
주린 창자 훑어내는 바람의 공명 구겨 넣고
자식들 앞에 당당하시던 어머니 품에 고인 생의 육즙
그 진이 서서히 말라 이렇게 가벼워지다니

탱탱하던 젊음을
골다공증으로 속 다 빼주고 텅 빈
노모의 90년 세월이 새털 같은 가벼움으로
자식의 팔에 얹혀 허물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