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전하는 말
꽃피다 2017.02.19 17:50:45
바람에 전하는 말
글/ 해화 최효열
내가 나고 내 꽃들이 피어난,
날개가 없는 나는 아직은 너무 멀어 쉬 갈 수 없는
잠든 아버지와 어머니를 두고 온 고향
날개가 있어 자유로운 바람아, 떠돌다 어느 날
고향 하늘 아래 하룻밤 머물거든
푸른빛이 감도는 파도 소리라도 데려다 다오
봄은 찬물래기* 복수초 향기로 오고
바다에는 미역 향기가
뭍에는 아카시아 꽃향기가 골마다 덮는 오월
도둑 걸음으로 도째비 골*을 오르는 해무의 장엄함
계절을 넘나들며 추억이 쌓이는 망상 바닷가
말매미가 애잔하게 울고 난 뒤
산도 사람도 붉게 물드는 무릉계곡
잠든 노승의 귀를 깨우는 삼화사 풍경 소리
논골담길을 따라 묵호등대로 오르는 발걸음 소리
뱃고동 소리를 물어 나르는 갈매기 날갯짓
저녁마다 내려와 묵호항에 멱을 감는 푸른 초록봉
그 모든 것을 품고
추암 촛대바위에서 아침을 맞는 동해시
그곳의 어느 하나하나 너는 잊을 수 있으랴
그리고 때 되면 나 그곳으로 대려다 다오
어느 함박눈 내리던 날
동무들과 깔깔거리며 웃고 있는 아이 옆에
아버지가 만든 눈사람이 살아 있는
*찬물래기. 동해시 천곡동에 있는 지명
*도째비 골. 동해시 묵호동에 있는 지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