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10월에게 보내는 편지

우미 김학주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아기 손일 때부터 쓰기를 시작했는데

그때는 글을 몰라 느낌만 썼던 기억이 

지금 생각해보면 삐뚤빼뚤 웃음이 납니다

어느 날은 앞이 안 보이는 자욱한 안개를 쓰고

어떤 날은 소낙비처럼 엉엉 눈물도 썼지만

미소를 타고 입가에 날아 오는 가을 생각에

새들의 노랫소리를 받아 적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한 장 한 장 썼던 편지를

가지마다 하나둘 매달기 시작한 것이

여름을 지나오면서 뜨거웠던 그리움만큼

어느새 빼곡히 가지를 채웠습니다

가을보다 높아진 하늘을 바라보다

바람이 들려주는 자장가에 졸기도 하고

코스모스 한들 거리는 오솔길을

햇살 따라 걸으며 詩를 쓴적도 있었습니다

이제 떠날 때를 아는 나무는 갈피에서 

기억을 꺼내 읽으며 10월을 준비합니다

쓸 말을 다 쓰지 못 한 아쉬움에

벌써 떨어진 어떤 낙엽이 되기도 했지만

가을을 만나는 설렘에 붉어진 나뭇잎들은 

오늘 버리는 것이 이별이 아니란 걸 알기에 

아낌없이 제 몸을 낮추면서 

사연이 오고 가는 

어느 시골 빨간 우체통 옆을 서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