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비담/ 달팽이가 업고나오는 전화기

깊은... 맨드라미씨앗 같은... 구멍들이 박힌다 

죽기 전의 모습이 소리를 탕진할 때

목을 돌려서 보면 어떤 화분에든 구멍들이 생긴다

구멍들이 모여 없는 안을 만든다.

뛰어나오지 못한 구멍들 점점 커진다

커지는 안이 긴 목을 밀어내, 바깥이 숨막히게 피어나는 거야

달싹이던 화분의 바닥과 새들의 알

코알라 주머니 같은 것들

밑에 있는 것들

구멍은 올가미에 달려 올라가 멈춘 혀 밑의 색깔 같아

소리를 내지 않는 공중은 다시 내려올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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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곳에서 묻어온 전자부호들

태어나지도 못한 귀를 긁어 피를 내는 음성의 조각들

화분에서 맨드라미귀가 피어난다

아무리 웅크려서 피어도 피가 난다

피어날수록 살 속을 파고드는 소리의 흉터에서

빈 안이 느릿느릿 기어나온다

달팽이 한 마리가 업고나온다

제 귀를 녹인 점액질의 무성음에 감싸여 아무것도 안 들리는 달팽이는

언제나 나중에 기어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