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마음2.

 

이 세상에 어느 부모도 자기 자식이 자살하였다는 말을 믿을 사람은 없다. 자식에 대한 부모

의 마음은 그렇다. 건강하던 자식이, 힘든 노동일을 하면서도 부모에게 선물과 용돈을 보내고, 형제 사이에도 우애가 깊고, 훈련이 끝나던 날 면회에서 멀쩡히 부모를 안심시키고, 또 며칠 전 잘 지낸다는 편지를 보낸 그 자식이 자살하였다고 믿을 부모는 없다. 더욱이 자살을 큰 죄로 삼는 가톨릭을 믿고 있지 않은가? "자살은 아니다."
자살이 아니라면 이 금쪽 같은 아들이 죽은 사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당연히 "타살이다. 누군가 내 아들을 죽인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에 다닐 때 학생운동을 하였다니까, 그 사실을 빌미로 기합을 주고, 때리는 등 괴롭히다가 아들이 죽으니까 자살로 위장한 것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여러 가지 의문점이 드러났다. "발만 뻗으면 목이 졸리지 않아 살 수 있는 위치에서 죽는다는 것은 믿을 수 없다." "목매달아 죽으면 대변을 본다는데 그렇지 않다." "목을 매면 혀를 빼문다는데 그것도 없다."
강군 부모와 가족은 군병원 영안실에서 사실을 밝히라고 주장하였고, 강군이 다니던 학교의 대학생들이 이에 합세하였다. 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믿을 수 없고, 군의관의 부검도 거부하였다. 그러나 군에서는 더 이상의 뾰족한 실마리를 찾을 수 없었고, 부검에서 중요한 자료를 얻을 터인데, 유가족의 반대로 이도 강행하지도 못하는 상황이어서 사건은 지지부진이었다. 어느 사회에서든 자살은 일어나고, 자살한 사람의 가족 가운데 그 자살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살률이 민족마다 조금씩 다르고, 종교도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자살은 있다. 우리 나라도 자살률이 높은 나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