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장으로 가는 딸에게

대지에서 품어 올린 맑은 기운으로 열매를 기르고
푸르던 잎새들을 물들여 대지로 돌려보낸 나무들이
시린 계절 건너 피워낼 연초록 새순의 태교를 위해
눈감고 명상의 시간을 준비하는 바람 찬 계절이지만
너는 막 꽃을 품은 싱그러운 꽃망울의 계절이구나.
환히 꽃피워 열매 맺을 날을 위해 튼튼한 꽃대를
마련해야 할 날들이로구나.
이제 너의 앞에 놓여진 생의 나날들은
비바람 다 막아주던 온실의 날들은 아닐 것이다.

비가 오면 비에 젖는 날도
거센 바람에 흔들리게 되는 날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레 움츠러들지는 말아라.
비에 젖고 흔들리며 제 빛을 품어 가는 것임을 알아
서두르거나 낙담하지 말아라.
햇살 환한, 넉넉한 가을에는 탐스런 빛을 띌 것이니
다만, 오늘은 맑은 눈빛으로 흔들림 없는 한 점
한 점을 그려 넣기를 바라는 마음이로구나.

- 김인호 詩人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