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아

우리 회색의 찌든 도시

훌훌 털어 버리고

깊은 산골짜기에 들어가서 살자

조그만 세 평짜리 면 어떠냐

움막 같아도 좋은 흙집 하나 짓고

아궁이에 군불 지피며

모락모락 올라오는

굴뚝 연기 바라보며

석양을 노래하며 그렇게 살자

세상사 시름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흘려버리고

자연 속에 묻혀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자

봄이 오면 뻐꾸기 소리 들으며

우리 둘이 가꾼 작은 텃밭에

봄 채소 씨앗 골 타서 뿌리고

여름이면 매미 소리 들으며

계곡물에 발 담그고

송사리며 가재도 잡고

가을엔 도토리도 줍고

다람쥐랑 친구 하며

낙엽 위에 뒹굴며 살자

겨울이 오면

방 따뜻하게 해 놓고

당신은 노래하고 난 기타 치고

그렇게 살아가면

당신 사랑 내 사랑 있으니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살 수 있겠지

그렇게 살다가

누구라도 먼저 하늘이 부르면

우리 두 손 꼬옥 잡고 같이 눈 감고

우리 사랑하여 행복했었노라고

우리 사랑하여 후회 없는 삶이었다 말하면서

먼 여행길 웃으며 떠나자꾸나

김정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