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의 자리


김영철



엄마랑 산책하는
노을 내린 길섶에서
억새꽃 꺾어다가 꽃병에 담았는데

밤새워
우,우 소리 내며
엄마를 찾지 뭐예요!

살랑대는 바람 한 줌도
들에 피는 꽃 한송이도

이제야 알겠어요.
헤어지면 아파한다는 걸

모두가 제자리에 있을 때
제일 예쁘다는 것을!


- 김영철 어린이시조집 <마음 한 장, 생각 한 겹>



<시를 읽고>

억새와 갈대를 보면 '억새'인가 '갈대'인가가 늘 헛갈립니다.
물가를 좋아하는 갈대지만, 또 잘린 뿌리가 조금이라도 따라들어온 흙이라면 기어이 살아붙는 것이 갈대이기도 하니까요.
느낌으로 이야기하면 '억새'는 좀 거친 느낌으로 깃털 닮은 꽃을 나부끼고, '갈대'는 더 부드럽게 피어있다고 해야할까요?
그 느낌을 곰곰 생각해보니 갈대는 잎보다 훨씬 더 위로 줄기를 뽑아올려 꽃을 피운다랄까요?

바람 부는 날 억새가 나부끼는 소리를 들으면 삼베이불을 덮은 듯이 거친 느낌이 나지요.
엄마와 함께 산책길에 억새꽃 꺾어다가 꽃병에 꽂고, 어쩌면 그 바람소리가 기억났던 것일까요?
바람에 왜 풀들은 우는지,
우는 존재들은 무언가 아파서 울기가 쉬운데, 아마 시인은 엄마 곁을 떠나온 아기 억새꽃이 운다는 생각을 하였겠지요.
어쩌면 예쁘다고 꺾어온 일이 부끄럽고 미안했는지도 몰라요.

'모두가 제자리에 있을 때/제일 예쁘다는 것을!' 했을 때 '헤어져 있는 존재'들의 아픔을 생각했겠지요.
저는 저 구절을 읽을 때 '세월호'가 떠올랐습니다.
모두가 제자리에 제 몫을 했더라면,
다른 나라에서는 수명이 다되었다고 폐기하는 배를 우리나라법으로는 아직 아니라고 수입하지 않았다면,
사온 배를 구조변경하지 않았다면,
배에 실은 화물을 제대로 고정했더라면,
안전사고에 늘 대비해서 선장이나 선원은 늘 승선객의 생명을 우선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어쩔 수 없는 사고였더라도 일사불란하게 구조우선으로 출동할 수 있는 안전체계였더라면...

수많은 '제자리'를 지키지 않은 까닭에 수많은 아픔이 해일로 닥쳐왔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그 제자리를 과연 나는 제대로 지키고 있는 것일까...(시조시인 신순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