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외로운 건

끊임없이 그리워하다

하루를 채우고 마는 또 하루에

아무 일 없다는 듯 떠오르는 아침과

무릅쓰고 맞아야 할 내일을

오늘처럼 또 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두려운 건

죄 없이 끌려온 아픔이 아니라

결단코 잊을 수 없는 그대의 모습이

내일을 또 예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는 누추한 마음으로

허물어지고 싶지 않아도

늘 비를 준비하는 가슴

젖고 싶지 않아도

사실 잊지 못하는 건

그대가 아니라

비처럼 내리는 그리움을 두고 간

추억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잊고 싶은데

이젠 정말 잊고 싶은데 하면서도

사실 못 잊는 건

그대는 떠났지만

사랑마저 떠나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년이라고 그리움을 모르겠습니까

이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