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꽃이 있었답니다

꽃이라 하기엔 너무도 초라한 풀꽃

가녀린 바람 앞에 서면

바람꽃의 이름으로

별빛이 스미면 별꽃처럼

새벽이면 이슬 꽃으로

나약해진 외줄기에

세월을 묻고 살아간답니다

한 날

풍요로운 햇살이 드리우면

어느새 그늘을 지우고 마는

숲 풀 사이로

해 질 녘까지 숨은 빛을 사랑하다

어둠에 스러지고 마는 풀꽃은

이름 없는 산새의 울음에

날마다 슬퍼합니다

피고 지는 꽃은 아름답습니다

생명이 있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작은 풀꽃엔

피고 지는 이유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답니다

부질없는 풀꽃으로 살기에

사랑할 수 있는 이 세상이 너무도

넓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풀꽃이 외 바람에 흔들려오면

이제서야 사랑은 깨어나

나지막이 누군가를 그리워합니다

사랑하는 이도 때론 사랑하다 외롭습니다

구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