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와 평화의 계절인 봄에

주위에 있는 사람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 봅니다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얼굴은 생각나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사람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그 이름과 그 얼굴의

마음을 말입니다

우리는 이름을 부르고 있지만

마음은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얼굴을 기억하고 있지만

마음은 알 길이 없습니다

자연을 알겠다고

세상의 지식을 알겠다고

과거와 미래를 알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날뛰어왔습니다만

나에 소중한 사람들의

마음을 알기 위하여 조용히

눈 감아 본 적이 있으셨습니까?

영어에는 'know about' 이라는

말이 있고

'know of' 라는 말이 있습니다

앞서 말한 것은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것

즉 그 사람의 마음을 아는 것이고

뒤에 말한 것은

그 사람을 아는 것

즉 이름만을 아는 것입니다

마음을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기보다는

단 몇 사람이라도 마음을

나누면서 살아가도록 합시다

얼굴만 마주칠 것이 아니라

마음도 마주치면서

생활하도록 합시다

우선 나부터 마음을 열어

아름다운 이름의 그대와 함께

차 한 잔 나눌 수 있다면

아름다운 봄에

참으로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을 향한 그리움

정용철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