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날 떠난다

글/해화 최효열

지난날보다 지난밤이 외로운 날

서둘러 나선 새벽 완행열차, 묵호역을 뒤로하고

도시의 직선보다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한껏 바람을 날리며 달린다

때로는 추억을 잃어버린,

흥성했던 옛 간이역을 지나칠 때는 덧없지만

아랑곳없이 냇가를 건너 푸르게 피어나는 산 산 산

산이 돌아가고 훌쩍 자란 옥수수 바람따라 흔들린다

콩밭 매는 허리 굽은 촌로에서

어머니의 그림자가 애처롭게 흔들린다

옛 생각 따라가다 생소한 역이름에서 오른

소박한 사람 향기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다

허기진 오후

잠시 머문 대구역에서 어묵으로 재우고

어느덧 선로가 맞닿은 부산역

친구의 환한 웃음 속에 이윽고 하루가 노을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