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이별이 될지라도

글/해화 최효열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지

심오한 생에 대하여 고민하지 않는다

다만 외로운 가슴과 가슴 사이에 꽃을 피울 일이다

꽃을 품어 본 사람은 안다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오감을 마비시키는 몽롱한 향기에 취해

뜨겁게 타오르다 죽어도 좋을, 환희의 순간을 

그러다 향기를 잃어버린 꽃은 지고

이별 앞에 서 본 사람은 안다

이별이 주는 고통을, 하지만 어느 날

이별도 삶에 일부라고 생각하면

견딜만하지 않는가

이별도 사람의 일이라고 생각하면

사랑한 만큼 아파하는 것도 아름답지 않은가

소원하건대 다시 한 번 꽃 피울 수 있다면

난 이른 새벽 풀잎에 이슬이 되려니

너는 내게 머물다 가는 별이 되어라

그리하여 잠시일지라도 절정으로 타오르자

또 한 번의 이별이 될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