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기억속에 넌 도치다.

다가서면 가시에 찔리는,

가까이 안으려 할 땐

피가 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며

결국 안으려 다가설수록

살이 찢기는 고통을 예약해야만 한다.

결국 넌 

상처에 대한 고통을 미리 예감하게

내가 나를 훈련시키게 만들고야 만다.

견뎌낼 수 있을 때

가시에 찔리고도 피가 나지 않을 만큼의 

단단한 굳은살이 돋고 또 돋았을 때

너에게 다가서라며 

넌 예전보다 더 두꺼운 가시를 세운다.

나도

보통의 암컷인지라

두근거림을 포기한 채

가시없는 편안함을 선택했다.

그것도 한번의 포옹이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보듬어야하는

인생이라는

긴 여정속 포옹이라면 더 더욱.

그러고도 내가 널 원한다면

너의 가시를 다 뽑아내든지

내 몸뚱이 전부를 더욱 더 두꺼운 굳은살로 무장해야한다.

그러나 둘 중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지

그 선택에는 공통의 분모가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시간이 흘러야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지

가시를 모두 뽑아낼 시간

굳은살로 무장할 시간

하루아침에 되는 일들이 아닌 이상

우리에게는 시간이 흘러야하고

그것만이 가까워 질 수 있는 방법 인 것 같다.

 2013. 11월 22일 부치지 못한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