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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에 관한 시 모음> 손석철의 '연꽃' 외
21 도토리 2011.01.16 23:51:20
조회 8,333 댓글 1 신고
<연꽃에 관한 시 모음> 손석철의 '연꽃' 외

+ 연꽃

생물의 주검 온갖 오물들
부패로 질펀하게 흔들리는 늪속일망정
인내의 뿌리 깊디깊게 박고

넌 얼마나
바보 같은 용서의 가슴 가졌길래
그토록 곱게 웃을 수 있느냐
(손석철·시인, 1953-)


+ 연꽃등
  
돼지고기 쇠고기
시뻘겋게 걸어 놓고 파는 푸줏간에
언제부터인지
연꽃등 하나
커다랗고 아름다운 연꽃등 하나
함께 걸려 있다
주인은 아마
연꽃등을 바라보며
고기를 썰어 파는가보다
부처님 살 베어 팔 듯
고기를 썰어 파는가보다.
(나태주·시인, 1945-)


+ 연꽃

연잎에 맺힌 이슬방울 또르르 또르르
세상 오욕에 물들지 않는 굳은 의지

썩은 물 먹고서도 어쩜 저리 맑을까
길게 뻗은 꽃대궁에 부처님의 환한 미소

혼탁한 세상 어두운 세상 불 밝힐 이
자비의 은은한 미소 연꽃 너밖에 없어라.
(이문조·시인)


+ 연꽃

霞光 어리어
드맑은 눈썹

곱게 정좌하여
九天世界 지탱하고

世情을 누르는
정갈한 默禱

닫힌 듯 열려 있는
침묵의 말씀 들린다.
(김후란·시인, 1934-)  


+ 붉은 연꽃
  
살아온 길이 아무리 험한들
어찌 알 수 있을까

꼭 다문 붉은 입술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네 발자국

만나는 사람마다
환한 미소 보일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보시라고

진흙 뻘에 발 묻고도
붉은 꽃등으로 켜지는 너
(목필균·시인)


+ 연꽃

참되고 선함이 있기에
너는 거기 피어 있노라
밝음과 어둠이 교차하기에
너는 거기서 교통정리 하노라
흔들림이 없는 자태로
그 자리가 눅눅한 자리라 하더라도
조금도 싫은 내색 않은 채
항상 너는 웃음 잃지 않은 모습으로 자비롭게
앉아 있구나.
(전병철·교사 시인)


+ 연꽃

진 자주 꽃잎을
겹겹으로
아침이슬 머금고
빤짝이는
너 모습 영롱도 하다
  
진흙에서
꽃 피우는
성스러움 크디커
너의 아픔 오죽하랴
  
인당수에 몸 던진
효녀 심청
너를 타고
환생하였고
  
아름하고 참되어
부처님의
좌대되어
만 사람의 사랑 받아
부처님 꽃이로다
(박태강·시인, 1941-)


+ 연꽃

해 오름 시간 연못
백로 한 쌍
시리도록 푸른 창공에
그림자를 낳는다

새벽이슬에 체해
트림하는
연꽃의 분홍 이파리가
너무 예뻐
소년의 가슴이 붉게
젖는다

파란 수면에 깨어지는
설레임 하나
(안재동·시인, 1958-)


+ 연꽃
  
초록 속살 빈 가슴에
떨어지는 이슬비
수정으로 토해내는
깨끗한 연잎 하나

세월의 틈바구니에
삶의 몸을 닦는다

진흙 깊은 연못
물안개 떠난 자리
                
햇살 퍼질 때
                
수면 위에 꽃불 밝히고
두 손 모아 합장한다.
(노태웅·시인)


+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혹시 보셨나요
이슬을 머금고 피어나는 연꽃을

아픔도 없이
평온함이 깃든 미소를 안고
피어나는 꽃이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어떤 유혹도 거부하고
자신의 빛깔을 고집하지만
가식에 물들지 않았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고운 향기로 세상을 넓히고
스스로 자신을 지키면서도
나눔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오염된 세상에서
순수함을 그대로 지키며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기에
연꽃은 이슬도 머금지 않는다.
(박우복·시인)


+ 연꽃이었다

그 사람은,
물 위에 떠 있는 연꽃이다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그런 사람 하나 있다

눈빛 맑아,
호수처럼 푸르고 고요해서
그 속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아침나절 연잎 위,
이슬방울 굵게 맺혔다가
물 위로 굴러 떨어지듯, 나는
때때로 자맥질하거나
수시로 부서지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내 삶의 궤도는, 억겁을 돌아
물결처럼 출렁거린다
수없이. 수도 없이

그저 그런, 내가
그 깊고도 깊은 물 속을
얼만큼 더 바라볼 수 있을런지
그 생각만으로도 아리다
그 하나만으로도 아프다
(신석정·시인, 1907-1974)


+ 연꽃

나는 늘 당신을 백합이라 불렀습니다.
우리가 약혼을 하고
당신이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백합을 한아름 안고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백합은 당신과
여러 면에서 닮았습니다.
향기로운 조선의 여인 같은
당신은 평생을 그랬습니다.

그러나 이제
내 곁을 떠난
당신을 연꽃이라 부르겠습니다.
연꽃이 당신과 더 닮았음을 압니다.
가장 아름다운 순간에 꽃잎을
스스로 떨어트린
파도 위에 떠 있는
지순한 연꽃이
당신이기 때문입니다.
(배인환·시인, 1940-)


+ 연꽃을 보며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 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 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 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이영춘·교사 시인, 강원도 평창 출생)


+ 蓮이여

이리 곱고 정한 꽃인데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시궁창을 내 집으로 삼아도
아침저녁으로 맑은 숨을 쉬느니,
사람들이 버리고 외면한
그 찌꺼기 배설한 것들 속에서도
오히려 내 양분을 취하느니
그 몸은 물방울 하나도
헛되이 빌붙지 못하게 하거늘
무어라 이름할 수 없는 신선함에
먼지 하나 범할 수도 없고
숨소리도 죽여야 하느니,
이 청정한 고운 님의 경지에
해와 달이 함께 빚어낸 꽃이라
선학이 꿈을 꾸고 있는지
세상이 아무리 험난하고
역겨운 일들만 난무한다 해도
스스로 제 몸을 곧추 가누고
이 지상에 고운 것만 걸러내 세우니
뉘 감이 범할 수가 있으랴만 여기
그 잎의 둥글고 도타운 덕성으로 하여
모든 고뇌 떠안고, 망상을 소멸하니
떠오르는 보름달로 맞이하듯
새 아침을 맞이하는 해의
그 맑고 찬란한 새 얼굴을 보듯
내일은 더 곱고 생기에 찬 꽃으로
그 향기도 함께 피우며
온 누리에 세우리.
(구상·시인, 1919-2004)


+ 연꽃이 사철 내내 피어있는 것은

연꽃이 사철 내내
피어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나 알 수 없어라

붉은 꽃봉오리 세워
지극한 사랑에
빠져든 것일까
나 알 수 없어라

그러나 아니야
연꽃이 혹독한 추위 속에
견디는 것은
수렁 속 세상을
정화하기 위해서야.

뿌리는 고통에 떨며
온힘을 다해서
꽃잎을 바치는 거야

밤이면 꽃잎을
사르르 닫고,
핏방울 뚝뚝 흘리며
슬피 우는 것을
사람들은 모르지

연꽃이 맑은 빛
뿜으며  
세상을 향해 웃을 때
우리는 평생을
닦으며 살아야지.
(김세실·시인, 부산 출생)


+ 연꽃 피어 마음도 피어나고  

해가 지면 어머니 치맛자락에 잠들고  
떠오르는 태양에 다시 피어나는 얼굴  

세상 온갖 시름  
황톳물 같은 아픔이라도  
지긋이 누르고  
꽃으로 피우면 저리 고운 것을  

이슬이라도 한 방울 굴려  
나 또한 찌든 얼굴을 씻고서 다시 서리라  

하여, 이슬이 있어야 하리  
우리네 삶에도  
이슬처럼 씻어 줄  
그 무엇이 있어야 하리  

다만 별도 없는 밤은 안 돼  
이제라도 긴 숨을 들이쉬어  
연뿌리에 공기를 채우듯  
가슴 깊이 열정을 간직해야 하리  

그리하여 연꽃이 피어나듯  
내 가슴에도 꽃이 피어나리니  

바라보는 눈길마다  
소담스레 꽃피는 행복 송이송이  
연꽃으로 흐드러진 꽃다운 세상이여  
(이호연·시인)


+ 연꽃

사랑을 두레박질하여
정갈히 길어 올리는 별빛
물의 순수
물의 살과 뼈
물의 정기

苦海의 뻘밭에서도
늘 청정한 태깔로
피는 까닭을 알려거든
水宮 속 깊은 물굽이로 자맥질하여
한 만년쯤
無心川 세모래로 흘러보아라

아, 우리가 눈 부라리며
탐하는 온갖 것
잠시 돌아서면 잊혀질
티끌
바람
먼지

내가 業으로
이승에 피는 까닭을 알려거든
한 만년쯤
수미산 깎아지른 벼랑에
먹돌 가슴으로 서 보아라.
(손해일·시인, 1948-)
*수미산(須彌山) : 불교의 世界說에서 세계의 중심에 8만 유순(由旬 : 1유순은 400리)의 높이로 솟은 산. 정상에는 帝釋天이 살고 중턱에는 四天王이 살며 해와 달이 수미산 주위를 회전한다 함.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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