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부부>

겨우내 처마 끝에 마르고 말라 쪼그라든

씨앗 가지 한 자루와

제비 빈둥지에 찬바람 드나들더니

가지는 파종하러 가고

빈둥지만 외롭다.

들판에 흰옷 사람들

하나 둘 불어 점박힐 때

빈집에선 제비 한 쌍

주인 허락없이 구석구석 둘러보고 가더니

어느 새 작년의 둥지를

헛발질하다 어수선을 입질한다.

밤전등 아래 날파리들

대낮같아 자지도 못하고

갑작스런 어둠의 반경에 곤두박질 치지만

밤잠없는 늙은 어머니는

들판사정 그리며

찾아든 제비 한 쌍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불어난 식구를 감당할 길 없어

어미는 둥지를 날개로 덮고

아비는 둥지 아래 못 위에서

밤새 꾸벅거리다 눈이 뜨겁도록

둥지를 올려다본다.

2009. 6. 1. 헐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