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두 곳…대구 이월드 별빛 벚꽃축제·켄싱턴제주호텔 봄길 걷기 프로그램

아름답게 꺼낼 수 없다면

머리를 쥐어뜯어 꽃잎처럼 바람에 흩뿌리겠네

뿌리다가 창가로 보내겠네

꽃이 소리 없이 사라질까 봐

세상이 몹시 성가신 이런 봄날에는

냉장고라도 보듬고 난 그녀에게 편지를 쓰겠네

저 벚나무의 그리움으로


꽃 사진을 보다 문득 마주하게 된 김영남의 시 '저 벚꽃의 그리움으로'. 봄은 그렇게 다가왔다. 봉오리가 톡! 하고 터지는 순간은 만물의 에너지가 한꺼번에 응집된 듯하다. 안간힘을 쓰며 알을 깨듯 생명이 움트는 모습에 어깨를 누르던 짐을 잠시 내려놓기로 한다. 무미건조한 무채색의 거리 사이사이 알록달록 색을 입히며 마음도 간질인다. 꽃이 그 자태를 한없이 피워내듯, 우리 인생은 활짝 피어오르길 기대하며 길을 나선다. 주말매거진팀은 지역 꽃축제 외에도 즐길 수 있는 꽃길 두 곳을 선정했다.

첫 목적지는 대구. '올해 첫 벚꽃축제'라는 말에 눈길이 갔다. 이랜드그룹이 운영하는 테마공원 이월드가 여는 '이월드 별빛 벚꽃축제'가 지난 20일 시작해 다음 달 17일까지 총 29일 동안 열린다. 여의도 윤중로보다 3배 많은 벚꽃나무로 둘러싸인 두류산 일대에서 펼쳐진다. 벚꽃 자체로도 환상적인데 야간 '별빛' 아래에서 보니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윽해진다. 분위기에 취한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것이다. 830만개의 전구로 꾸민 루미나리에는 눈부시다. 주먹만 한 왕벚꽃은 야간에 조명 불빛을 받아 오색영롱한 벚꽃으로 재탄생한다.

낮에는 흰색에 가까운 가녀린 분홍빛으로 청순하게 하늘을 뒤덮더니 밤에는 초록색·붉은색·푸른색·보랏빛 등으로 섹시하게 변한다. 어두운 밤하늘을 빛내는 별빛같이 부서지는 벚꽃이 초현실적이다.

거리마다 이어지는 버스킹 공연도 볼거리다. 요즘 유행하는 '스탬프 투어'도 있다. 정해진 6개 장소에서 스탬프를 받아오면 약간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축제 기간 동안 행사의 주 장소인 83타워에는 안전을 위해 차량이 통제된다. 이랜드 관계자는 "올해 벚꽃축제에 1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월드 별빛 벚꽃축제는 진해 군항제, 여의도 벚꽃축제와 함께 전국에서 손꼽히는 벚꽃축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코스는 제주. 발 닿는 곳마다 관광지인 이곳은 이미 꽃내음으로 가득하다. 제주의 '핫플레이스'인 켄싱턴 제주 호텔의 '제주의 봄이 들려주는 이야기' 프로그램이 색다르다. 5월 31일까지 열리는데, 유채꽃·벚꽃·매화 등이 가장 만발한 시기에 강정 해안도로, 대평포구, 중문 유채꽃길, 위미리 등 제주 봄의 정취를 마음껏 느껴볼 수 있도록 하는 걷기 코스다. 켄싱턴 호텔의 각종 프로그램을 짜는 액티비티팀 이름인 '케니'의 이름을 따 '켄싱턴 케니'가 추천하는 봄길 걷기 프로그램이라고도 불린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전 11시까지이며 참가비는 2만원. 호텔에서 만든 쿠키와 음료가 제공되며 봄길을 걷는 모습을 사진에 담아준다. 예약 및 문의 (064)735-8931.

'봄이 들려주는 이야기' 액티비티는 호텔 투숙객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봄나들이 제주 여행을 위해 호텔에서 선보이는 '럭셔리 올인클루시브 패키지'의 하나로, 추가 비용 없이 다이닝, 파티, 풀사이드 바, 액티비티(활동) 등 호텔의 모든 것을 누리며 럭셔리한 휴식과 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봄 패키지이다. 역시 5월 31일까지며 가격은 59만원부터(10% 세금 별도). 디럭스룸 1박과 3끼 식사, 버블 파티, 홀리데이 파티(이용 횟수 제한 없음), 더 테라스, 클럽하우스 등에서의 풀사이드 바 음료(이용 횟수 제안 없음) 등이 포함된다.

또 봄길 걷기, 해넘이 트레킹, 양떼 목장 체험, 딸기 따기 등 각종 활동(액티비티) 중 한 가지를 고를 수 있고 렌터카 서비스(시간 제한 없음)도 이용 가능하다. 더 스파 바이 딸고 20% 할인, 2박 예약 시 럭셔리 가제보 4시간 이용, 남녀 사우나 무료 이용, 실내에서 야외로 연결되는 '사계절 온수풀', 자쿠지, '핀란드식 야외 사우나' 등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