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아동 초기 (4세∼7세)

과정보다는 결과로 판단하는 시기
순희는 엄마가 저녁을 차리는 것을 도와주려고 그릇을 나르다가 그릇 5개를 깨뜨렸다. 그리고 영희는 과자를 꺼내 먹으려다가 그만 실수하는 바람에 그릇 2개를 깨뜨렸다. 그럼 과연 이 둘 중에서 더 큰 잘못을 한 사람은 누구일까?

어른들은 대부분 영희의 잘못이 더 크다고 대답했다. 그릇을 5개나 깨뜨린 순희는 잘못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의도가 엄마를 도와주겠다는 데서 시작되었으니 충분히 선처해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4세부터 7세경의 아이들은 순희의 잘못이 더 크다고 대답했다. 이시기의 아이들은 전후 상황은 상관없이 단지 그릇 2개와 그릇 5개를 깨뜨린 사실만 가지고 판단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스위스의 아동발달 심리학자인 피아제(Jean Piaget)의 유명한 실험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논리적인 사고 능력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의도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한 번에 여러 가지를 고려하지 못하고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다.

또한 내 입장과 다른 사람의 입장이 다르다는 것도 전혀 고려하지 못하고 내 생각과 다른 사람의 생각이 다를 것이란 것도 전혀 짐작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모든 것을 자기중심적 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이다. 사회인지 발달을 연구하는 퍼너 박사의‘잘못된 신념’실험을 통해서도 이 시기의 아이들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를 알 수 있다. 퍼너 박사가 아이들에게 들려준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철수가 책을 보고 있어요. 철수는 책을 보다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 책을 초록색 바구니에 넣고 나갔어요. 엄마가 들어와 초록색 바구니에 있는 책을 꺼내 읽다가 옆에 있는 파랑색 바구니로 옮겨놓고 나갔어요.”
그러고는 물었다.
“철수는 돌아오면 어디에서 책을 찾으려고 할까요?”
책이 초록색 바구니에서 파란색 바구니로 옮겨진 것을 모르는 철수는 당연히 초록색 바구니에서 책을 찾을 것이다.

어른들은 분명히 그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4세 정도의 아이들은 파란색 바구니라고 대답한다. 이야기를 전부 들은 아이들은 책이 파란색 바구니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철수도 분명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거라고 여기는 이 시기 아이들에게 그것은 당연한 판단이다.

이것을 확장하여 생각하면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을 통해 자신의 이미지를 형성해 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어른들이 자신에 대해 칭찬하는 말이나 꾸중하는 말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자신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잘한 행동 같은데도 어른들이 잘못했다고, 나쁘다고 말하면 아이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다. 예쁜 물건인데도 어른들이 더러운 것, 미운 것이라고 하면 아이는 그것이 더럽고 미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른들의 생각이 그대로 아이들에게 투영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무엇 보다 이시기의 아이들은 모든 것을 흑백논리로 판단하여‘좋다 혹은 나쁘다’,‘ 착한 아이 혹은 나쁜 아이’, ‘ 예쁘다 혹은 밉다’와 같이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단순하게 인식한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곁에 있는 어른들이 어떤 도움을 주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사고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각각의 사건에 대해 어떤 측면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를 지도해주고, 특별히 주의를 기울일 점이나 깊이 생각해야 하는 점에 대해 지도해주면 아이들은 다양하고 폭넓은 사고를 할 수 있게 된다. 앞서 피아제의 실험에서 아이들이 깨진 그릇의 수를 가지고만 잘잘못을 따질 때, 곁에 있는 어른이 아이의 의도나 원래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것을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면 아이는 좀 더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다.

 

애매한 칭찬은 아이를 혼란스럽게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부족한 것을 채워 주고 더욱 큰 아이로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적 칭찬이 필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은 애매한 칭찬은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흑백논리로 판단하는 아이들에게 애매한 칭찬은 금물이다. 좋은 것 같기고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혹은 칭찬과 야유가 섞여 있어 이것이 과연 칭찬인지 꾸중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들은 아예 삼가야 한다.

그래서 잘한 것은 분명하게 잘했다고 짚어 주어야 한다. 만약 잘못한 것이 있다면 개선해야 할 부분에 대한 부정적 피드백을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 만약 어떤 일을 했을 때 아이에게‘이 정도면 된 것 같다’라고 하면서 애매한 피드백을 주면 아이가 불안해하고 혼란스러워할 수 있다. 먼저 잘했다고 칭찬한 뒤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전달하면 된다.
‘잘했다. 색깔이 좀 마음에 들진 않지만’처럼 칭찬의 말속에 대립되는 정보가 들어 있는 것도 애매한 칭찬이 된다. 이렇게 칭찬할 경우 아이는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에 더 몰입하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 칭찬과 비난이 함께 들어 있는 경우도 좋지 않다. ‘너 참 잘했구나. 너만 잘한 것 아니지? 더 잘한 아이도 있지?’와 같은 칭찬은 아이를 화나게 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만약 하나의 행동에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면 한 번에 하나씩 긍정적인 행동과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 명시적으로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 ‘참 잘했다. 우리성진이가 이거 어떻게 했는지 살펴볼까? 아, 여긴 이렇게 만든 거구나. 이거 참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했어?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 엄마 생각엔 다음부터는 다른 방법으로 해도 좋을 것 같아’와 같은 식이다.
애매한 칭찬은 아이를 혼란스럽게 만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애매하고 혼란스러운 이미지를 갖게 만든다. 그러므로 바람직한 자기상을 갖기 어려워진다. 또 애매한 칭찬으로 인해 도무지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아이는 매사에 불안해지고 괜스레 부모의 눈치를 보게 된다. 그러니 무언가를 수행할 때 결과가 좋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과에 대한 칭찬보다도 아이의 심리적 상태를 격려해라
이 시기의 아이들은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하는 특징도 보인다. 결과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고 하는 아동 초기 아이들의 특징은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수행한 과정을 살피며 어느 부분은 잘못이고 어느 부분은 잘된 것인지를 하나하나 명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에서 개최하는 독서퀴즈대회에서 일등을 했을 때 그냥 잘했다고 칭찬을 한다면 그것은 결과만을 강조하는 꼴이 되고 만다. 가뜩이나 결과에 모든 정신을 집중하는 시기인데, 거기에 엄마의 부추김까지 더해지면 아이는 보나마나 결과만능주의에 빠지고 말 것이다.

결과만을 중요시하는 것은 아이에게 평가 목표를 심어 준다는 것을 앞서 이야기했다. 또한 평가 목표가 아이에게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치는지도 충분히 이야기했다. 그러므로 굳이 다시 말하지 않더라도 피해야 할 일이라는 사실을 알 것이다.
적어도 부모라면, 독서퀴즈대회에서 일등을 한 결과가 뿌듯하고 감격스럽고 자랑스럽더라도 좀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와 함께 일등을 하기까지 거쳤던 과정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는 것이다. 어떤 책을 얼마나 읽었는지, 읽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어려운 점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막상 독서퀴즈를 풀 때는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마찬가지로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나눈 뒤 그 중에서 잘한 점과 개선했으면 하는 점을 구별하면 된다. 물론 잘한 점은 칭찬을 해주어야 하고 개선할 점에 대해서는 다시 앞으로의 다짐과 계획을 세우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부모가 과정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이는 아무리 결과가 중요하더라도 과정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게 된다.

이렇게 수행 과정을 열거해 나가다 보면 의외의 성과도 거둘 수 있다. 아이의 실수나 실패 상황에서도 칭찬할 거리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떤 행동이 의도는 좋았지만 방법이 나빴다든지, 방법은 좋았지만 부주의해서 틀렸다든지, 결과가 좋았지만 방법은 썩 좋지 않았다든지 등을 찾아가면서 아이는 무조건 잘하고 무조건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섬세한 원인과 결과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에 대해 무조건적인 긍정적 상이나 부정적 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잡한 자신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다.

이 시기는 자신의 생각이나 정서, 느낌에 대해 스스로 인식할 수 있게 되므로 심리적 활동에 대해 칭찬과 격려를 아끼는 것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네 생각이 참 재미있다.”, “그 일에 미안함을 느끼니 네가 참 대견하다.”, “함께 기뻐해주니 참 고맙다.”, “네 친구에게 친절하게 잘 대해주는구나. 마음이 너무 예쁘다.”, “그림 그리는 걸 참 좋아 하는 구나.”,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아는 만큼 마음이 많이 성장했구나.”, “옛날엔 이거 잘 안 됐는데 이제 너무 잘하네.”와 같이 아이의 심리적 활동을 격려할 수 있는 칭찬이 필요하다.

다시 한 번 정리하자면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칭찬의 핵심은 과정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피드백을 해주는 것이다. 이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칭찬이 곧 가르침이고 사랑이고 훈육이 된다. 만약 구체적인 피드백을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자신이 부모에게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 할 것이다. 또한 수정해야 하는 행동에 대해 알려 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기 자신에 대해 균형 잡힌 이미지를 가질 수도 없고 옳고 그름을 파악할 수도 없게 되어 무능한 아이로 성장할 것이다.

 


위 글은 미디어윌에서 출간한 <<내 아이를 망치는 위험한 칭찬>>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내 아이를 망치는 위험한 칭찬 <정윤경>,<김윤정> 공저

담소, 2011년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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