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대한 칭찬 VS 과정에 대한 칭찬

항상 확인해야 마음이 놓이는 아이

이제 10살이 된 주혁이는 과제를 수행하는 중에 늘 확인받고자 한다. 만약 10개를 해야 완성이 되는 일이라고 한다면 1개가 끝날 때마다 어김없이 묻곤 한다.
“나 잘했어요?”
“이번엔 별로 못했지요?”
“이중에서 누가 제일 잘한 것 같아요? 나는 몇 등이에요?”
주혁이는 뭐 하나 제대로 끝내기도 전에 늘 이런 질문을 해 온다. 주혁이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 혹은 평가 외에는 없는 것 같았다. 어떠한 재미있는 과제를 주더라도 주혁이에게 중요한 것은 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쁨보다는 그저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대한 나의 대답이었다. 그러므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는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어떤 일이든 과정이 없으면 결과가 없다. 주혁이는 그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도 부모님으로부터 배우지 못한 탓이 클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대개 부모부터가 결과에 치중하는, 그래서 과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격려나 칭찬을 받지 못하고 오직 결과에 의해서만 평가를 받아온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난다.

결과는 주변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다. 과정이 탄탄하고 꾸준하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은 다분하다. 그래서 부모는 아이가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고 과정에 충실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떤가. 거의 대부분이 높은 점수, 상장, 성취 등의 결과에 집중하여 칭찬을 하고 있다. 이것만이 사람의 가치를 따지는 전부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안타깝게도 거짓말이나 커닝 같은 부정한 방법을 선택하기도 한다. 자신이 칭찬 받을 만한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인 것이다. 또한 결과 제일주의 속에서 자란 아이들은 과제를 수행할 때 반드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스트레스 때문에 마음의 병을 앓을 가능성이 크다.

앞서 노력에 귀인 하지 않고 능력에 귀인 하면 아이들이 학습 목표보다는 평가 목표에 집착하여 새롭거나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그래서 아예 과제 수행을 포기하거나 어쭙잖은 핑계를 대며 원인을 주변 환경으로 돌리는 어처구니없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언급도 한 바 있다.
이것은 생각보다 꽤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아이들에게 도전 의식이나 목표 의식이 없다는 건 미래에 대한 꿈이 사라지는 것과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도전하고 꿋꿋해야 할 시기에 평가받는 것이 두려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한다면 그 아이에게 핑크빛 미래가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런데 바로 결과를 칭찬하게 되면 능력에 귀인 한 것과 똑같은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결과만을 칭찬할 경우 아이들은 부모의 관심사가 오직 결과에만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결과를 끌어올리는 데 모든 에너지를 쏟아 붓게 된다.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오직 결과에 집착하는 평가 목표를 가진 아이, 우수한 결과를 위해서는 부정한 행위도 서슴지 않는 아이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면 평가가 두려워 아예 도전조차 하지 않고 어떠한 일을 하더라도 무기력해지는 아이가 될 수 있다.

수행 과정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수행의 과정을 중심으로 칭찬하게 되면 아이들은 과정에 충실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정을 칭찬하면 아이들은 실패도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하면서 다음에는 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과정을 칭찬하는 것은 노력을 칭찬하는 노력 귀인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과정을 중심으로 칭찬한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아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이루었구나.”라는 말로 과정을 칭찬했다고 만족했다가는 큰코 다친다. 과정을 칭찬하기 위해서는 과정에 무엇이 포함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어떤 일을 시작하겠다는 아이의 결심에서부터 계획 짜기, 실행 과정, 효과적인 책략 등에 대해 전반적으로 인식하면서 각각의 과정 모두를 칭찬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야 한다.
이 말은 곧 아이가 어떤 일을 성취해 나가는 과정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라는 뜻이 된다. 과정을 칭찬하기 위해서는 과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정을 칭찬하라는 말은 곧 아이가 어떤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 일일이 관심을 가지면서 그때그때 필요한 칭찬과 격려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는 물론 아이의 작은 노력이나 시도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칭찬을 해줘야 한다. 아이가 어떤 일을 해 나가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아이의 감정 변화를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만약 아이가 수행의 결과 때문에 걱정하고 불안해하고 있다면, 결과보다는 노력하는 과정이 중요함을 일깨워 줘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하나 해결했을 때 그 기쁨을 함께 나눌 수도 있어야 한다. 과정을 모르는 부모는 겨우 한 시간에 한 문제를 풀었냐고 꾸중을 늘어놓겠지만 과정을 관심있게 지켜본 부모는 답을 향해 어렵게 한 발 한 발 나아간 아이의 수고가 기특해서 칭찬을 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과정을 아는 부모와 과정을 모르는 부모의 차이이다.

물론 칭찬을 할 때는 아이의 수준이나 연령을 고려하여 칭찬의 난이도를 달리해야 한다. 어린아이 같은 경우에는 왜 노력하는 과정이 결과보다 더 중요한지를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린 아이에게 있어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해가 불가능한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마 결과가 무엇인지 과정이 무엇인지부터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아이에게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해 봤자 우이독경이요, 마이동풍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함을 직접적인 언어로 전달하는 것보다는 어떤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그것을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떤 작품을 완성할 때 그것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한 단계씩 완성해 나갈 때마다 칭찬해주고 다음 단계는 어떻게 해 나갈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만약 완성된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작품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쏟았을 노력에 대해서는 반드시 칭찬해준 다음, 그중에서 특히 잘된 부분을 찾아 여기까지는 이런 점이 잘 됐다고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면 된다.

이것조차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더 어린아이들에게는 여러 단계를 거쳐 성공에 이르게 된 이야기가 담긴 책을 읽어 주면 아이가 과정과 노력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질 수 있어 효과적이다. 시간이 좀 길게 걸리기 때문에 인내력을 요구하면서 사고력까지 높일 수 있는 보드 게임을 함께 하여 단계적 성취를 격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 모든 방법은 아이가 어떤 과제를 해 나가는 과정을 부모가 세심하게 살피는 것이 전제 조건이 되어야 한다. 적어도 부모라면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왜 하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한다. 아이가 무슨 공부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아이가 그 문제를 어떻게 풀고 있는지도 모르며, 아이가 그 문제를 왜 풀고 있는지도 모르는 부모에게는 잘했다 못했다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만약 밤을 꼬박 새워 가며 만든 기획안을 상사가 단 30초 만에 훑어보고는 쓸 만한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핀잔을 주면 온갖 원망과 절망이 마음속에 가득찰 것이다. 그 상사가 죽도록 미워질 것이고 회사에 가기도 싫어질 것이다. 상사가 미워지고 회사가 싫어지는 순간 사회생활에는 적신호가 켜지고 만다. 과정을 무시당한 아이가 겪는 심정도 이와 다를바 없다.

문제에 대한 답을 대충 찍어서 운 좋게 알아맞히는 것을 반길 부모는 한 명도 없다. 커닝을 하거나 해답지를 보고 만점을 받기를 원하는 부모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만을 가지고 아이를 평가하게 되면 내 아이가 그런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부모는 늘 아이의 과정에 관심을 갖고, 아이가 노력하는 과정을 소중하게 여길 수 있고 아름답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정서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이렇게 칭찬해주세요!

“좋은 아이디어다.” - 과정에 대한 칭찬
“계획을 참 잘 짰구나. ”- 과정에 대한 칭찬
“이 부분은 참 예쁘다, 잘 됐다.” - 과정이면서 구체적인 칭찬
“이렇게 해주어서 참 고맙다.” - 솔직한 마음의 전달
“밑그림을 잘 그렸네.” - 과정에 대한 칭찬
“어제보다 훨씬 더 잘한 것 같다.” - 과정에 대한 칭찬
“지난번엔 이 부분이 잘 안 됐는데, 드디어 이 부분이 깔끔하게 완성됐구나.”
  - 과정이면서 구체적인 칭찬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구나.” - 과정이면서 구체적인 칭찬
“네가 시도한 방법이 참 효과적이다.” - 구체적인 칭찬
“이건 네가 그동안 준비를 참 잘해온 덕분인 것 같다.” - 과정에 대한 칭찬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하나 차분히 하더니 결국 해냈구나.”  
   - 과정, 통제 가능한 것에 대한 칭찬
“오답을 검토해서 스스로 약한 부분을 찾아내는 네 실력에 놀랐다.”
  - 과정이면서 구체적인 칭찬
“열심히 노력하더니 잘했구나.” - 통제 가능한 것에 대한 칭찬
“끈질기게 노력한 것만으로도 대단하다.” - 통제 가능한 것에 대한 칭찬
“결과가 안 좋아도 네가 원래 의도했던 건 참 좋은 일이야.” - 과정에 대한 칭찬
“너는 이 문제의 해결책을 잘 찾아냈구나.” - 과정에 대한 칭찬
“이 그림은 색깔이 참 근사하다.” - 구체적인 칭찬
“너는 이런 일을 참 잘하는 사람이구나.” - 구체적인 칭찬
“현명한 결정이다.” - 과정에 대한 칭찬
“정리가 참 잘 되었다.” - 과정에 대한 칭찬
“이건 지난번보다 더 독창적이고 노력을 기울인 작품으로 보여.” 
  - 과정, 통제 가능한 것에 대한 칭찬
“엄마는 네가 연주하다가 실수 하는 걸 고치고 다시 하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여.”
  - 과정에 대한 칭찬

이런 칭찬은 피하세요!

“좋아.” - 막연하고 일반적인 칭찬
“잘했다.” - 막연하고 일반적인 칭찬
“아주 훌륭해.” - 막연하고 일반적인 칭찬
“○○보다 네가 훨씬 잘했다.” - 평가와 비교가 있는 칭찬
“엄마가 바라던 대로 돼서 너무 기쁘다.” - 엄마 중심적인 칭찬
“역시 영희는 우리 집의 피카소다.” - 과장된 칭찬
“네가 운동을 잘하는 것은 다 집안 내력이야.” - 부모 중심적인 칭찬
“이번 성적은 정말 좋다. 그런데 지난번에는 왜 이렇게 못했니?” - 비아냥거리는 칭찬
“네 성적이 정말 자랑스럽다.” - 과정보다는 결과에 치중한 칭찬
“이 상을 받다니 정말 대단하다.” - 막연하고 일반적인 칭찬
“네 작품을 보니 넌 나중에 톨스토이 같은 작가가 되겠구나.” - 과장된 칭찬
“네가 상 받은 것을 모두에게 다 알리자.” - 평가를 의식한 칭찬
“성적이 올랐으니 소원 한 가지 말해 보렴.” - 결과에 치중한 칭찬
“너는 우리 집안의 자랑거리야.” - 일반적인 칭찬
“참 잘했구나. 다음엔 더 잘할 수 있겠지? ”- 부담을 주는 칭찬
“형보다 네가 낫구나.” - 비교가 있는 칭찬
“역시 물감을 좋은 걸 쓰니 그림 수준이 확 달라지는 걸.” - 엄마 중심적인 칭찬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하니 결과가 좋지?” - 엄마 중심적인 칭찬
“잘했구나. 그런데 ○○는 몇 점 받았니?” - 비교하는 칭찬
“네 실력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 비아냥거리는 칭찬


 

 
위 글은 미디어윌에서 출간한 <<내 아이를 망치는 위험한 칭찬>> 내용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내 아이를 망치는 위험한 칭찬 <정윤경>,<김윤정> 공저

담소, 2011년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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