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이야기는 B가 속해있던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실제 겪었던 일입니다. 읽어봐 주시고 상황을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한열사 회원님들의 의견을 좀 듣고 싶군요. 참고로 이야기가 좀 긴 관계로 이해하기 쉽게 등장인물들은 알파벳 처리하였습니다.

A라는 친구와 B라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원래부터 친구는 아니었지만 동갑이었던 데다가 그 중 한 친구의 표현을 빌리자면 수준(?)이 맞았더래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어느 날 모임이 있던 날 둘 앞에 한 여자(편의상 C라 칭하겠습니다)가 나타났습니다. A는 귓속말로 B에게 자기를 밀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 B가 뭔 소리냐 물었고 A는 C가 맘에 드니 밀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B도 솔직히 C가 맘에 들었기 때문에 A에게 그런 건 스스로 알아서 해야지 왜 밀어달라고 하냐 하며 웃음 섞인 질책을 했습니다. 며칠 뒤 A는 장난이었다며 네가(B) 맘에 있으면 자기가 양보할 테니 잘해보라고 하였습니다. 자신은 사랑보다 우정, 의리가 중요하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말입니다. B는 A에게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난 사랑과 우정 사이..아니 사랑보다 우정 이런 말 믿지 않는다고..그러니 양보하네 밀어주네 그런 얘기 할 필요 없다고 말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C가 호감을 보인다는 느낌을 받은데 용기를 얻은 B는 C에게 마음을 전달하였고 C는 자신도 첨 봤을 때부터 B밖에 보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B의 마음을 받아주었습니다. 이렇게 B와 C는 서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C가 교제사실을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았던 관계로 B는 A에게 교제사실을 이야기 하지 않았고, 둘의 교제사실을 모르는 A는 C에게 계속 마음을 보였습니다. 쪽지나 카톡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였고 익명방을 통해 고백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이러한 사실은 C가 B에게 다 전달해주어 B가 알게 된 것이었습니다. 고민이 생겼습니다. A와 B는 친구사이고 B와 C는 연인사이인데 그 사실을 A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B와 C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B는 자신이 교제사실을 A에게 이야기 하겠다고 하였지만 C는 자신이 따로 마음을 둔 사람이 있다는 식으로 완곡히 거절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하면 A가 C에 대한 마음을 접을 거라고 판단한 B와 C는 그렇게 하기로 하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둘의 예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다른 사람을 마음에 두고 있다는 C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A가 계속해서 C에게 마음을 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익명명방에 C의 이니셜까지 붙여서 고백하기도 하였고 나아가 그것은 시리즈물로 계속되기까지 하였습니다. 익명방에 쓴 글은 누가 누구를 상대로 쓴 글이라는 걸 모르는터라 B는 그것이 C를 향해 쓴 것인지를 알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C는 달랐습니다. 당사자였기 때문이었을까요? C는 그것들이 자신을 향해 쓴 글이라는 것을 확신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모두 B에게 전달하여 주었습니다. B는 더 이상은 두고 볼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A가 둘의 교제사실을 모르고 계속 C에게 마음을 보이는 것도 부담스러웠기도 했지만 C가 이러한 사실을 B에게 전달해줄 때마다 받는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기 때문이었습니다.(C는 A가 자신에게 보내 온 카톡 내용을 B에게 알려주면서 A는 이렇게 여자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내용으로 보내는데 B는 그렇지 못하다는 식으로 비교까지 하였기 때문에 B는 A가 하는 방식을 따라 하느라 인터넷에서 여자의 마음을 설레이게 할 만한 감상적인 시까지 찾아보아야 했습니다)

C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고 생각한 B는 기회를 보아 A에게 C와의 교제사실을 알렸습니다. B로부터 C와의 교제사실을 들은 A는 “잘됐다. 사실은 나도 X(X는 B도 잘 아는 사람입니다)를 만나고 있는 중이다. 축하한다..둘이 잘 어울린다..예쁘게 행복하게 잘 만나라” 라며 둘의 만남을 축복하여 주었습니다. B는 A에게 미안하기도 하였고 고맙기도 하여 C와의 교제사실을 알린 것 이외에는 C와 관련된 어떠한 이야기도 A에게 하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A를 배려해야겠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B는 A의 C에 대한 마음이 그것으로 접혀질 것으로 믿었습니다. 그리고 C에게 그와 같은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상황은 B의 의도대로 전개되지 않았습니다. A는 B로부터 C와 교제하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은 뒤에도 계속해서 C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했습니다. C가 전달해준 내용에 의하면 그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A는 C에게 B와 교제중이라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포기가 안 된다고 말하기도 하였고 연인 사이에서나 쓰는 말..가령..“보고 싶다”는 말까지 하더라는 것이었습니다. B는 당황스러웠습니다. A에게서 축하한다...잘 어울린다..예쁘게 잘 만나라 라는 말까지 들었는데 A는 B 모르게 계속해서 C에게 마음을 전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C가 거의 실시간적으로 A의 행동을 전달해줬기 때문에 B는 점점 더 힘들어졌습니다. 좋아야할 둘만의 시간에 B와 C는 A가 그러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C는 어땠는지 몰라도 B는 많이 혼란스러웠고 짜증이 났습니다. 그리고 미지근한 C의 태도에 대해서도 짜증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C가 A가 자신에게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라며 자꾸만 물어올 때면 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 라면서 퉁명스럽게 대답하곤 하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시발이 되었을까요? B와 C 둘 사이에 틈이 벌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B와 C는 실제로 헤어졌습니다. 헤어짐의 이유는 C의 입장에선 다를 수 있겠지만 B의 경우는 위의 상황이 결정적이었습니다. C는 B에게 자신이 A의 마음을 단념시키겠다고 하였지만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결과에 대해 B에게 아무런 이야기도 해주지 않았고 그로 인해 B는 A와의 관계설정 과정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 지속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이 시기는 B가 암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라 아주 힘든 시기였는데 그 사실을 C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요? 꽤 힘들었던 시간이 흐르고 나서 B와 C는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날 C는 B에게 이별을 통보하였습니다. B를 좋아했고 최선을 다했지만 만나면서 많이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만 만났으면 좋겠다고 하였습니다. 틈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느끼고는 있었지만 워낙 이별통보가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던 터라 B는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날 C가 B가 선물로 해준 목걸이를 착용하고 나왔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는지도 모릅니다.(보통 다른 사람들도 이별통보를 하면서 상대가 선물로 해준 악세서리를 착용하고 나오나요?) B는 헤어짐의 이유를 C에게 묻지 않았습니다. 자신을 만나면서 힘들었다는데 더 이상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냥 만나는 동안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말로 C가 제안한 이별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곤 곧 그 자리를 떴습니다. 둘은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B와 C가 헤어지고 난 뒤 한 일주일쯤 지났을까요? B는 C로부터 한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연인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호칭이 아닌 아무개님이라는 호칭으로 시작된 메일은 그 내용을 전부 다 인용할 수는 없지만 대략 B를 비난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왜 자기와 관련해서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하고 다니느냐는 것이 주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좋은 추억이든 나쁜 추억이든 만났던 사람으로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는 내용도 덧붙여 있었습니다. B는 당황스러웠습니다. 헤어졌다는 얘기도 누구에게도 한 적이 없었고 더구나 C와 관련하여 없는 내용을 만들어 퍼트리고 다닌 적도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메일 내용 중에 C가 B에게 먼저 고백을 했다는 말을 B가 다른 사람에게 하고 다녔다고 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B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런 적이 없었습니다. 겨우 겨우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오누이처럼 친하게 지내던 이성 동생 한명에게 C에 대한 얘기를 얼핏 한 적이 있었습니다. B와 C가 교제를 시작하게 된 초창기 때쯤이었고 당시 그 이성 친구(편의상 D라고 하겠습니다)는 누군가를 만나 교제 중에 있었던 때였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B가 D에게 교제중인 사람과 잘 만나고 있느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D는 잘 만나고 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에 B는 D에게 나도 요즘 만나는 사람이 생겼다고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D는 잘됐다며 B를 축하해주었습니다. D는 누구냐고 물었지만 B는 말해줄 수 없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궁금해 죽겠다며 그러면 나이만이라도 알려달라는 D에게 나이를 알려주게 되면 누군지 알게 될까봐 20대 중후반이라는 두루 뭉실한 대답으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였습니다. D가 계속해서 어떻게 만나게 되었냐고 묻길래 엉겹결에 고백을 받았다고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때는 D의 집요한 질문을 회피하느라 B는 이 일이 나중에 큰일로 번지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예측하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인생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듯이 D는 B가 만나는 사람이 C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B가 둘러대면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는 이상 당연히 D는 C가 먼저 고백을 해서 B를 만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때 B로서는 이전에 둘러댔던 기억을 되살려서 D가 잘못 알고 있는 내용을 고쳐 바로잡았어야 했는데 B는 그러하질 못하였습니다.(지금도 B는 이게 가장 후회스럽습니다) 그러다가 시간이 한참 흘러 B와 C가 헤어지고 난 후 D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C가 B에게 항의메일을 보내게 된 것이었습니다.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면서 말입니다.

B는 C의 메일에 어안이 벙벙하여 C와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C는 전화조차 받기를 거부하였습니다. 그리곤 B에게 문자로 충분히 확인한 사실이니 억울하면 삼자대면하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C에 대한 얘기를 여지저기 흘리고 다닌 기억이 없는 B로서는 C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그 때 C로부터 돌아온 말은 “기본도 안 된 사람이었군”이라는 말이었습니다. 나중에서야 D와의 통화를 통해 C가 그러는 이유를 깨닫게 된 B는 C와 대화를 통하여 그 경위를 설명하고 사후 양해라도 구하려고 하였지만 C는 다시는 자신에게 연락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둘은 헤어질 때 좋았던 추억만 간직하자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앞날을 축복해주자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헤어지고 난 후 B는 C에 의해 없는 말을 만들어 퍼트리고 다니는 사람,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자랑스레 얘기한 것이 아닌 엉겹결에 둘러댄 말을 사후에 교정하지 못한 죄로 인간으로서 기본도 안 된 사람으로 취급되었습니다. 이렇게 B와 C는 헤어지고 나서도 서로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다시 A와의 일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B는 A가 B와 C가 만난다는 사실을 안 이후에도 C에게 지속적으로 마음을 보이는 것에 대하여 (C와 사귀는 도중은 물론 헤어진 이후에도) A에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습니다. D가 자신이 알아서 A를 단념시키겠다고 했던 데다가 B 스스로의 입으로 A에게 한 말(넌 사랑보다 의리라 말하지만 난 사랑보다 의리, 우정이라는 말 같은 거 믿지 않는다)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B는 C가 B에게 보낸 메일에 씌여 있었던 의미심장한 말(이 의미심장한 말은 B에게 있어 아주 치욕스런 말이었습니다)을 A가 불특정다수인을 상대로 하는 것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연이라 하기엔 너무나 똑같은 말이라 B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B는 A에게 그 말 C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A는 아니라 했습니다. B는 정말 아니냐고 재차 물었습니다. 만일 A가 한 말이 C와 관련되어 B를 향해 하는 말이라면 B로서는 A와의 친분관계를 지속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B의 질문에 A는 불쾌하다며 B에게 전화를 걸라하더니 B의 수화기에 대고 “씨X, 개XX, 너 나한테 죽어볼래? 죽인다. 앞으로 나에게 톡하지마 전화 걸면 죽여 버린다.” 하고는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렸습니다. 자신을 의심하는 말투가 불쾌했었을 수는 있었겠지만 아무튼 사랑보다 의리를 중시한다는 A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커뮤니티 내에서 하는 A의 평소 언행과 그가 커뮤니티 내에서 인관관계와 관련하여 썼던 글들, 그리고 그의 직업(A의 직업은 A의 말로 대학교수였습니다)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왔습니다. 이렇게 B 평생에 들어보진 못한 욕지거리를 듣는 것으로 A와 B의 친분관계는 끝을 맺고 말았습니다.(참고로 B는 어릴 적부터 욕은 해서는 안 된다고 교육받았기에 중년이 된 지금도 욕을 할 줄 모릅니다. 그런데 우연일까요? B는 C와 사귀던 도중 C에게 그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랑보다 의리, 우정이라는 말을 믿으시나요? 양자택일 상황에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사랑보다 우정, 의리를 택하겠다. 그러니 양보하겠다 라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믿으실 건가요? B는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그 말 믿지 않습니다. 백에 한 둘 있을까만 경우를 가지고 그 말을 믿기에는 너무 세상을 너무 많이 살아버렸고 순진하지 않은 까닭일 것입니다. B는 자신이 잘못한게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어떤 경위에서건 C의 자존심을 다치게 한 것도 사실이고 또 알고보면 도덕적으로 무결점하다고 자신할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된 사람이라면 내면과 행동이 일치하여야 하는 것 아닌가요? 궁금해졌습니다.

A는 왜 B에게 사랑보다 의리를 표방하면서 양보하겠다는 말을 했을까요? 그래놓고서는 왜 B가 C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B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C에게 계속 표시했을까요? C는 왜 A가 자신에게 하는 행동들을 B에게 실시간으로 전달하였을까요? C는 또 A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했을까요? 과연 B에게 이야기 했던 대로 A의 마음을 단념시켰을까요? 별로 궁금하지 않았었는데 교제 상대방이었던 이로부터 그 동안의 만남 자체를 부정당하고 거기에 더해 인간으로서 기본 자질까지 의심받고 나아가 사랑보다 의리를 이야기하던 친구로부터 평생 들어보지 못한 욕설까지 듣고 보니 그 사실들이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구질구질하다는 평을 듣고 그로인해 깊은 상처를 입을지언정 갑자기 A와 C가 이야기 했던 진실들을 들여다보고 싶어졌다고나 할까요?

여러분들은 사랑보다 의리, 우정이라는 말을 믿으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