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친구와 사소한 일로 티격태격하면서 부터 바닐라로맨스님의 글을 많이 읽으며 마음을 차분히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결국 참지 못하고 크게 한판하고 결국 헤어지자는 소리를 들어 버렸네요. 이미 감정적으로 무너진 상태라 매달릴뻔 했지만 바로님 글을 생각하며 정말 꾹! 참았어요. 

정말 신기하게 참으려고 하니 참아 지더라고요. 이후 전남친 연락을 기다리지는 않았고 바로님 글을 읽으며 일단 제 마음을 다잡으려고 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전남친에게 먼저 연락이 온거있죠? 아마 예전이었으면 제가 먼저 연락을 수십번 했을 시간인데 연락이 하나도 안와서 궁금했나 보더라고요. 

그냥 이상한 소리하면서 다음주 주말쯤에 서울갈일 있다고 한번 보다는데... 마음 같아서는 튕기고 싶었다가도 바로님 글 생각하며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알겠다고 한 상황이네요. 그런데... 참... 사람마음이 웃기는데 방금까지는 튕기고 싶다가도 지금은 혹시 만남이 흐지부지되면 어쩌나... 싶고.. 전남친 연락이 그냥 찔러보는거면 어쩌나 싶네요... 저는 어떡해야할까요? - L 

개인적으로 L양과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의 사연은 좀 난감한게... 나는 감정을 관리하자, 감정을 직시해라, 결핍된 욕구를 찾아라 따위의 말은 해도... 결코 참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무엇을 참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어떤 욕구의 결핍을 느꼈다면 그것을 억지로 참는것이 아니라 다른 무엇으로 채워야지... 마냥 참기만하면 그것은 결국 시한 폭탄이 되어 터지게 되어 있다... 그래도 옛말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했던가? 

다행히 남자친구의 이별통보에 이전과 달리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또 매달리지도 않았으니 뭐... 결과적으론 잘된 일이다. 이전 같았으면 마냥 전남친 연락을 기다리고 참지못해 전남친에게 연락을 했을텐데 이번엔 먼저 연락이 오니 L양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할 것이다. 

일단, 전남친 연락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따져보기 전에 먼저 L양 자신의 감정부터 하나하나 따져보자. 지금 L양의 감정은 L양이 말했듯 복합적일거다. 헤어지자고 했다가 다시 어색하게 말을 거는 남자친구가 얄밉기도 하고, 이 참에 제대로 튕겨서 우위를 점하고 싶기도 하고, 그러다 혹시 만날 기회를 잃을 까봐 전전긍긍하게 되고... 이런 L양의 태도에 대해 아들러는 나 이외의 세상을 적으로 보는 태도라고 이야기 했다. 

나 이외의 세상을 적으로보면 항상 불안할 수 밖에 없고, 조금이라도 불안을 줄이기 위해서는 상대보다 우위를 점하려는 마음이 든다. 그래서 아들러는 나 이외의 세상을 적이 아닌 친구로 보라고 이야길 한다. 배신당할것이 두려울 수도 있겠지만 상대와 깊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기본적인 신뢰를 먼저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거다. 

나는 L양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아니... 서로 엄청 사랑을 했다는둥 사랑타령은 해놓고 왜 그렇게 기본적인 신뢰조차 없어요? 아니 돈달라는것도 아니고 그냥 만나서 한잔하자는건데... 뭘 그렇게 생각이 많아" 전남친 연락의 의도가 뭐 그리 대단하겠는가? 

L양을 만나서 L양의 전재산을 훔칠 계획일까? 아니면 L양을 납치해서 원양어선이라도 태울까? 괜한 잡생각으로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일단 지금은 전남친을 만나서 편하게 대화를 나눠보는것에 집중하자. 

L양이 쓸데없는 머리싸움을 하지 않는다면 굳이 연락을 먼저 할까? 또 먼저 오길 기다릴까? 하는 고민을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나라면 "이번주 토요일 7시쯤! 황소곱창에서 보자! 나 요즘 곱창 넘나땡기는것!"이라고 할것 같다. 우위를 점하려고 하지마라. 상대는 L양의 라이벌이 아니라 전남친이자 좋은 지인이 아니던가? 일단 얘기를 나눠봐야 상대의 생각도 알수 있는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