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칼럼 #17. 여전히 내 맘 속에 있는 한 조각
miyaromance 2015.01.24 22:41:49
연애칼럼 #17. 여전히 내 맘 속에 있는 한 조각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해. 내 맘 속에는 네가 한 조각있고, 난 그게 너무 고마워... 네가 어떤 사람이 되건. 네가 세상 어디에 있건 사랑을 보낼게. 난 언제까지나 네 친구야" - 영화 her '캐서린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
이별 앞에 서 본 사람은 안다. 내가 한 마디, 네가 한 마디만 더 하게 되면- '집으로 들어가는 너를 향해 손을 흔들고 너는 내가 더 보고 싶어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던 것이. 바라고 바라던 일을 성공했을 때 내게 달려와 안겼던 것이. 수많은 도시의 별들 사이로 우리가 키스했던 순간이. 모두 다...' 사라진 다는 것을. 수없이 사랑한다고 말했지만, 이별.이라는 짧은 의식 뒤에- 다시는 전화통화도. 다시는 만나지도. 죽을 때까지 스치지도 못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술에 가져다댄 손이 파르르 떨린다. 다 잊었다고 생각했다. 기억력이 퇴화되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나와 맞지 않은 남자'라고 애써 규정하면서 잊으려고 노력했던 건지- 나는 그를 조금씩 잊고 있었다. 마치 사진을 보며 내가 이랬었었구나 라고 생각하는 아주 어릴적 일들처럼 서서히 그 앞에서 웃고 있던 나는 공중으로 흩어져 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명확하게 기억나는 것들이 있었다. 그와의 행복했던 여행과 사랑의 약속들은 내 뇌 속 가장 깊은 곳에 한 조각으로 남아 있었다. 영영 지워지지 않는 문신처럼 그곳에 그대로 있었다.
더 이상 그를 만날 수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미웠던 마음도, 사랑해던 마음도 잠잠해진 지금- 그를 다시 만나보고 싶냐고 말한다면 나는 결코 '그렇다'라고 말할 수 없을 것만 같다. 이젠 더 이상 가질 수 없는 서로의 감정들. 이젠 더 이상 만들 수 없는 사랑의 추억들이 당신을 만나면 한순간에 무너질 것같았다. 차갑고 고요한 기운만 느껴지는 서로가 마주 앉아 과거의 고귀했던 감정을 논할 수 없었다. 또, 아무렇지 않게 사이를 이어간다면- 나는 내가 가진 한조각마져 새로운, 전혀 새로워진 너로 채워질 것이다.
그래서 나도 영화의 그처럼 말해본다.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한다고. 내 맘 속엔 네가 한 조각 있고, 난 그게 .. 너무 고맙다고- 네가 어떤 사람이 되건, 네가 세상 어디에 있건 사랑을 보내. 난 언제까지나 당신의 친구이고 싶다고'말이다. 우리의 시간에게, 그리고 그 안에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았던 당신에게-
Writer.miya romance(1006cho@naver.com)
(정규 칼럼은 매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