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여자, 숨어버리는 남자

“또 동굴이야?”

“어, 싸우기만 하면 연락이 안돼.”

“음, 기본적으로 그런 타입은 아니다 싶지만, 사실 나는 당사자가 아니니 할 말은 없네…… 그 시간 동안 네가 참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 밖에는.”

“나, 메일도 썼다. 그런데도 답이 없어. 뭐 그런데 이제는 익숙해. 그냥 그런 사람이거니, 자신의 화가 풀리거나, 감정이 추스러지면 동굴 밖으로 나오겠거니, 그런 사람이려니 인정하니까 오히려 편해.”

“편해? 진짜 편해? 확실해?”

“… …”

“왜 나한테까지 감정을 숨기고 거짓을 말하는건데? 하나도 안 괜찮고, 하나도 안 편한데……”

“그럼 어떻게 해,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데. 사실은 편하지 않지. 힘들기도 해. 그렇지만 기다리는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는걸 어떻게 해.”

“…… 답답하다 정말. 이런 연애 그만 둘 수 없는 거니? 그래, 사실 이 연애가 문제가 아니지. 고질적인 남녀의 차이일 뿐이야. 싸우더라도 끝을 보고 극적 화해를 바라는 여자와, 싸움 자체를 너무나 싫어하는 눈치 없는 남자, 싸우기라도 하면 감정의 표출, 대화의 유도보다는 그저 자리를 피하고 동굴로 가버리는 남자. 그렇게 숨어서 여자 애만 태우고, 비로서 지가 풀리는 순간에 여자를 안을 수 있는 바보 같은 남자. 그래 그렇지. 하지만 여자에게도 문제가 있어. 너무 감정적이고, 너무 즉흥적이고, 너무 참지 못하는 거지. 순간을.”

여자도 동굴에 들어가라.

여자는 참, 필자도 여자지만, 한번 발동 걸린 싸움에 굽히지 않고 그 감정을 끝까지 끌고 가려는 나쁜 습성이 많은 것 같다. 여자의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니나, 대부분의 여자는 이러한 습성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의 동굴행은 여자의 입장에서 회피나 비겁함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동굴에 가있는 동안, 별 생각, 별 부정적인 시나리오와 분노와 우울이 한번에 오고 간다. 여기서 부지런하고 열정이 넘치는 여자는 남자의 동굴까지 기어코 찾아가기도 일쑤다. 이건 무덤을 파는 격이다. 남자의 동굴행은 사실, 내버려두는 수 밖에 없다. 이 때 여자도 나도 동굴행이야, 라고 생각하면 어떨지. 잠시 서로에게서 떨어져 혼자 있는 오롯이, 시간을 갖다 보면 불필요한 감정도 추스를 수도 있고, 상대를 이해하고, 나를 가꾸는 것에 대한 여유를 가질 수도 있다. 남자의 동굴행에 기다리거나 찾지 말고, 여자도 나만의 동굴로 가,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물며, 못만났던 지인이나 친구를 만나더라도 말이다.

남자에게 동굴 예고를 하게 하라!

남자의 동굴행은 여자로 하여금 속이 썩고, 가슴 앓이가 시작되는 고통의 시간이다. 그런데도 남자는 요지부동이다. 그나마 메시지에 답변이라도 보내주고, 전화라도 받으면 다행이지만, 어디 남자들이 그런가? 모든 연락을 차단하고 혼자 놀이 진수에 빠진다. 이런 모습을 보면 더 울화통이 터지는 것이 또 여자다. 이런 습성을 갖고 있는 남자를 만나고 있다면, 남자에게 한 가지만 단호하고 진지하게 제시할 필요가 있겠다. 너의 동굴을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테니, 대신 너도 잠수를 타기 전, 나 혼자 있고 싶으니, 일주일이면 일주일, 이렇게 잠수의 기간과 잠수 예고를 좀 해주라고. 단언컨대 이 조차도 안 하는 남자라면 일찌감치 마음 접자. 만나는 동안 여자 속만 썩고, 잘 될 리도 만무한 상대니 말이다.

참지 말고, 제대로 싸워라!

이런 얘기가 있지 않는가? 부부도 싸우지 않고, 말하지 않는 부부가 더 큰 문제라고. 가만 보면 미친듯이 싸우는 부부들은 또 어떤 계기로 화해를 하고 나면 또 다른 싸움이 불거지기까지 또 현실이고 생활이듯 그렇게 잘 지낸다. 그렇게 애 낳고, 몇 십 년 백년해로 어렵지 않게 간다. 요는 대화의 부재인 부부가 이혼의 지름길이다. 연인도 마찬가지. 참고 기다리다 보면 그것이 아름다운 줄 알고, 언젠간 상대가 내 마음을 알아줄 것이라는 기대와 욕망만 커질 뿐 상대는 절대 알아채지도 못하고 오히려 본인 가슴만 썩는다. 제대로 싸우란 이야기는 감정적 소모를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소 대립되더라도, 나를 이해시키고 설득시키고 제대로 된 대화로 언성이 높아지더라도 시도하라는 이야기다. 언제나 이성적이긴 불가능하다. 이야기하다 보면 소리도 커지고 울 수도 있다. 그렇게 상대에게 마음을 터놓는 것이고, 솔직하고 바라는 바를 알려주는 길이다.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라.

이건 남녀관계에서 놓쳐서는 안될 중요한 방법이다. 남자는 이성, 즉 머리가 발달된 존재다. 그 말은 곧, 여자의 공감, 여자의 감정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쩌겠는가? 남자는 그러하고, 여자 또한 이러하니. 그러니 울며 불며, 혹은 분노로 가득 차서 남자를 닦달해봤자, 아무런 득이 없다. 차라리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편이 현명하다. 아니 언제까지 이렇게 가르치냐고, 빤히 보이는데도 남자는 왜 몰라주냐고? 아무리 억울해하고 화내 봤자 소용없다. 잠시 감정을 가라앉히고, “나의 마음이 이러이러한데, 이 부분은 당신이 이렇게 해주면 된다.”라고 알려주고 원하는 바를 들어달라고 매우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이야기 해주면 된다. 이때 많은 여자들은 또 반기를 든다. 이야기해서 들어주는 건, 내가 이야기해줬기 때문에, 남자가 알아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의미가 없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진심인지 의심이 간다, 라고. 노노!! 그건 절대 아니다. 남자는 내키지 않으면 절대 못하는 존재다. 당신이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차라리 당신이 알려줘서 고마워서 다행이라고 하고 흔쾌히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절대 오해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