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내 자존심은 지켜야 할 때
이지데이 2012.08.06 17:54:44
사랑해도 내 자존심은 지켜야 할 때
누가 감히, 사랑한다면 자존심을 버리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물론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면, 자존심 따위야, 사랑을 지켜내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나, 자신만 사랑이 소중하고, 상대는 사랑이 소중하지 않을 때에는 필자는 과감히 자신부터 내 자존심이 우선이고 나부터 챙겨야 하며 그 누구보다 나를 사랑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당장 상대를 못 볼 것 같은 두려움에, 잃은 것 같은 두려움에, 나 자신을 하찮게 생각하지 말 것. 그 누구도 나만큼 자신을 사랑할 수 없음을. 이것은 단순한 자기애와 나르시시즘과는 다른 문제임을.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그리하여 아닌 것에 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내 자존심을 챙기는 것을 누가 이기적이라 말하겠는가.
사랑한다 할지라도 내 자존심을 지켜야 할 때는 언제?
l 진정성과 진심이 없는 사랑엔 자존심부터
- R은 W에게 연락을 했다. “잘 지내냐고”
R과 W는 직장상사 소개로 알게 된 사이였다. 솔직히 R은 W가 좋았다. 핸섬한 외모, 달콤한 매너와 말들. 순진한 R에게 W는 온갖 달콤한 말로 유혹을 했고, R은 그날 서로 사귀게 된 줄 알았다. 손도 잡고 키스도 했으니까. 물론 그 다음 날 그 둘은 하룻밤을 보냈다. 그날 이후 R에게 W는 연락을 하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아주 연락이 없는 건 아니었다. 늘 하루 이틀 어느 남는 몇 분쯤은 통화를 했다. 그게 다였다. R은 연인이라 생각했는데, W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R는 W와 연락을 끊겠다고 선언했다. 그렇지만 R은 W을 잊지 못했다. 일년 간 끙끙 앓다가 용기를 내어 W에게 연락을 했다. 잘 지내냐고. 안부 차 자연스럽게 접근하려 했지만, W는 어제 만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어 그렇지 뭐. 잘 지내지? 라고 답변이 왔다. 그리곤 W는 주선자였던 직장상사에게 말했다. “R이 뜬금없이 연락이 왔어. 나 놀랬네? 하하” 그렇다. W에게 R는 뜬금없는 여자일 뿐이다. 그저 가십. W는 지금 결혼까지 생각한, 어린 여자가 있다. 그것도 만나는 동안 3번이나 헤어졌던.
- R아, 그러지 마라. W가 당신에게 정녕 진심이었다면, 처음 만난 날부터 아무리 세상이 변했다한들, 쿨하다한들, 원나잇 제안을 하였겠는가? R이여, W가 당신에게 진심이었다면 당신의 이별 선포에 남자는 쉽게 받아드리지 못했을 것이며, 받아드렸다한들, 당신의 연락을 제 3자에게 ‘뜬금’이라는 표현을 썼겠는가? 상대가 당신에게 진심일 때, 비로소 당신이 여자로서 자존심을 굽히고 내민 손이 값어치가 있는 것이다.
l 일방적 희생은 사랑이 아니야. 나부터 챙겨
- 여자가 화를 낸다. 남자는 받아준다.
여자가 뭐가 필요하단다. 남자는 내어준다.
여자가 뭐가 갖고 싶단다. 남자는 사준다.
여자가 카드 값이 없단다. 남자는 돈을 마련해준다.
남자가 지금 힘들다. 여자의 요구로 인해서가 아니다. 그저 개인적 고민으로 인해 힘들다. 여자가 또 무언가를 바란다. 남자는 지금 그것을 이뤄줄 상황과 여건이 되지 못한다. 조심스레 말한다. “오늘 말고 내일은 안돼?” 그랬더니 여자가 불같이 화를 낸다. 남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따위는 여자에게 궁금하지 않다. 혼잣말만 내뱉고, 그렇게 분노하다가 가버린다. 남자는 힘들다. 그녀가 지금 이 고민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해결해주지 않아도 좋다. 그냥 그녀가 곁에만 있어주면 좋겠다. 웃는 얼굴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남자는 깊고 긴 한숨을 내쉰다.
- 남자여, 이 사랑 끝내라. 일방적 희생은 절대 사랑이 아니다. 그녀가 당신과 헤어지고 허전할 수는 있겠다. 당신과 같은 또 다른 남자가 전까지는 적어도 당신이 생각나고 곁에 있어주었으면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정작 당신이 그녀가 필요할 때에는 그녀는 당신이 원하는 작은 것도 들어주지 못할 것이다. 그녀는 당신을 사랑했다기보다, 무언가 요술램프 같은 희생자가 필요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기에. 사랑도 일방적이면 시간이 흘러 비극이 됨을. 당신이 지금 그녀에게 해주는 것도 어쩌면 사랑이 아닐지도 모름을.
l 상대가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을 땐, 당연히 자존심을 챙겨야지
- 나는 결혼이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는 아니래요.
만난 지 4년. 우리 나이는 32살, 약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교제를 하고 있는 것임을 그 확신이 제겐 필요했어요. 그러다가 내겐 결혼이 구체화 될 때쯤, 그에게 물었죠. “자기는 결혼 하고 싶지 않아?” 남자 짤막한 단답형을 말했어요. “결혼 해야지 언젠가.” “그럼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없어?” “뭐? 지금? 에이 지금은 안 해. 왜 그러는건데? 지금으로 충분하지 않아? 우리 잘 만나고 있잖아”라며 제가 단순히 삐져서 토라진 것인 냥 저를 어르고 달래고 그 상황을 아사모사 넘어가려고 했어요. 그와 대화는 늘 이런 식이죠. 비단 결혼 문제뿐 아니라, 좀 진지한 이야기를 할라치면 그는 회피하거나 장난으로 말을 돌렸어요. 내 고민, 내 상황, 내 꿈, 우리의 미래, 너의 꿈, 네 고민 주로 이런 대화를 유도하고자 하면 싸움으로 끝나버렸죠. 그때 알았어요. 그 남자와 나는 비단 남녀의 차이뿐 아니라,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을요. 그 이유는 그 남자는 알게 모르게 철저히 나를 묵인하고 있는 거였어요. 단순히 얕보고 깔보고의 무시 차원이 아니라, 온전한 나를, 나란 여자와 인간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을요. 이해하지도, 이해하고 싶어하지도, 이해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함을요.
- 그렇다. 십대 때 단순한 친구를 사귐에 있어서도 성격, 공감대, 상대에 대한 배려 이해가 있어야만 돈독한 친구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런데 하물며, 다 큰 성인이, 그것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그 시점에도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불가능하다면, 그때에는 자신을 이해해줄 친구나 무리와 더 어울려야 한다. 연인이라는 명목 하에 지금 얄팍한 사랑을 끝내지 못해 지지부진 하고 있다면, 그 사랑을 끝내는 것이 낫다. 그것을 지키는 것만이 내 선택에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아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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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Arom(ez작가) | 제공 : 이지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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