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 시간이 남아서 문자 보내나?
한경 BP 2011.08.05 13:07:09
누군 시간이 남아서 문자 보내나?
연인 사이에서 문자나 통화 때문에 일어난 갈등만큼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러한 갈등이 심각한 경우도 있겠지만, 대개는 시간이 지나지면 쉽게 잊혀지는 갈등이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파국의 시작은 참으로 사소한 갈등으로부터 비롯될 때가 많다. 애초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던 일이 굴러 굴러 관계의 파국으로 끝을 맺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그러다보니 서로 조금씩 조심하고 양보했다면 아무 탈 없이 끝날 수 있는 일조차 관계의 파탄을 부르곤 한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사소한 오해가 파국으로 끝을 맺는 것은 아무래도 동성보다는 이성 간의 관계에서 두드러진다. 이 경우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기 어렵고 또 상대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사소한 오해가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녀 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과제중심 사고를 하는 남성에게 소통이란 어디까지나 일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러다보니 연애관계에서도 만날 약속을 한다든지,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생겼을 때와 같이 할 말이 있을 때는 주저 없이 연락을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전화나 문자를 보낼생각을 거의하지 않는 게 보통이다. “밥먹었냐”,“맛있었냐”라는 것을 물어보기 위해서 연락을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연애 초반에 그렇게 자주 연락을 했던 것은 무엇이냐”라고 반문할 여성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때는 평상 시의 모습이 결코 아니다. 상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노력했던 결과일 뿐이다. 그래야만 하는 줄 알고 그랬을 뿐이다. 그것을 계속 기대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반면 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에게 소통이란 도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소통이란 상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자신의 관심과 기분을 표시하는 것이 소통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여성이다. 여성에게 소통이란 일을 해결한다기보다는 친밀함을 유지하고 증대시키는 수단이다. 따라서 별 용건이 없어도 전화나 문자를 하는 데에 스스럼이 없다. 그 결과 소통을 도구라 생각하는 남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참 쓸데없는 문자를 보내는 행동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러한 소통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오해를 부른다. 남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여성의 문자를 무시하거나 화제를 돌리는 것은 대답할 만한 가치를 느끼지 못해서다. 그런 사소한 것에까지 일일이 대답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소통을 도구라 생각하는 남성은 문자나 전화를 통한 메시지에는 어떠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메시지는 정보로서의 가치를 담고 있어야 한다고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가치가 없는 메시지는 소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답해줄 필요가 없는 여성의 독백이라고 여긴다. 그 결과 문자를 무시해버리는 데에 주저함이 없다.
하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소통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무시되어야 할 메시지는 없다.자기가 보내는 모든 메시지는 응답을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또 상대는 회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여성이 문자를 보내고 아무리 회신을 기다려도 남성이 침묵으로 일관해 여성이 화를 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결국 여성이 대답하라고 채근을 하게 되고 그제서야 마지못해 “응”이란 대답이 돌아온다.
결국 남성이 소통을 보는 관점은 기본적으로 도구적 소통인 데에 비해 여성은 표출적 소통인 데에서 모든 갈등이 비롯된다. 관계가 진전된 남녀가 소통문제로 갈등을 빚는 것은 이러한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이러한 차이만 분명히 이해해두어도 남녀 간의갈등거리는 확 줄어들지 모른다.
위 글은 한경 BP에서 출간한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 >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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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랑하고 싶은 스무살 연애하고 싶은 서른살 | 제공 : 한경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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