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끼리 차를 타고 가다가, 
제법 호화로운 호텔 옆을 지나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물었다.
"만약에 내가 저기서 웬 여자와 함께 팔짱 끼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어쩔래?"

그녀는 답하기 싫었다. 단지 그런 모습을 상상하기 조차 힘이 들어서라기보다, 이제는 [우리 잠시 놀다 가지 않을래?]하고 묻지 않는 연인관계가 점점 더 서글퍼졌다.

연인 사이 권태기,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하나다. 긴장이다. 다시금 처음 같은 감정이 들게 할 수 밖에 없는 그 긴장.

가만히 있는다고 긴장이 생기지 않는다.

권태기에 이르렀을 때 양자 간의 긴장이 있어야 한다는 건 아마 남녀 모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람이라고 한다면 아마 그것에 대한 의견은 모두 제각각 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특히 여자는- 바람이 단지 그저 [옳다, 그르다]라는 1차원적인 생각만 늘 지니고 살아간다. 남자인 경우 열여자 마다 못하는 우유부단한 성격과 본능 때문에 바람을 그냥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찔리는 구석이 있어서 함구할 뿐이다.

 남자가 말했다.

[나는 바람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 살다가 권태기쯤에 피우는 바람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잖아. 배우자에게 미안하니까 잘하게 될 테고. 그러다가 다시 돌아오면 오히려 새 마음으로 상대에게 더욱 잘할 수 있을 거 같아. 더욱 좋은 것은 다른 사람을 만남으로서 원래의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거겠지.]

바람둥이의 합리화라고, 많은 여자들은 생각할 것이다. 조강지처의 배신감은 어떻고, 또 바람의 상대가 되는 그 여자는 또 어떻고... 이건 두 여자에게 두 번 상처가 되는 꼴이라고.

 여자가 말했다.

[저는요. 소울메이트 따로, 파트너 따로, 그렇게 가능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하지 않나? 적어도 나는 그렇게 남자를 만나고 싶은데 우리나라 남성들은 보수적이어서 그 누구도 나를 이해하려 하지 않아요.]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많은 여자들이 있을 수도 있고, 남자들은 자신의 행각은 모른 채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지?' 생각할지도 모른다.

바람, 그건 어쩌면 일차원적인 답변으로 그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다. 다들 그렇게 단정지어버리지만 연애관계에 있어 좀더 원활한 관계에 있어 어쩌면 필요한 장치일 수도 있다.

사랑이 고통스러운 단 하나의 이유는 상대를 소유하고 싶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처음과 같을 수 없다면, 아니 늘 처음과 같은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를 대할 수 없다면 고독한 동물인 인간에게 바람이란 치료가 될 수도 있다는 것.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