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결혼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의 잦은 도박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도박을 끊게 하려고 울면서 애원해 보기도 하고, 고성을 지르며 싸우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각서도 여러 번 받았습니다. '다시 도박 하면 재산을 모두 포기하겠다'는 내용도 각서에 들어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도박에 손을 댄 것 같습니다. 이제는 더 믿음도 남아있지 않고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나 싶습니다. 만약 이혼하게 되면 과거에 받아 놓은 각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A:  법무법인 전문 권성은 변호사입니다. 안타깝지만 의뢰인이 밝힌 각서의 내용만으로는 법적 효력을 지니기 어려워 보입니다.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조항에 어긋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재산분할청구권은 이혼 시 생기는 권리로 이혼 전 작성된 재산포기각서는 무효로 볼 가능성이 큽니다. 각서가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매우 합리적이면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하며, 그 외 작성자의 인적 사항과 서명 등이 포함되어야 합니다. 다만 부부간 각서의 효력에 대해서는 사안마다 달리 판단될 여지가 크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확인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많은 부부가 살면서 각서를 주고받는다. 쓰는 사람은 확신을 주기 위해서, 받는 사람은 다짐을 받기 위해 작성하는 것이 보통 부부 사이의 각서다. 주로 도박이나 음주, 폭행, 외도 등이 문제가 돼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 '전 재산을 넘긴다'거나, '양육권을 넘긴다'는 등의 다소 무리한 약속을 문서로 남기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의 각서는 대개 법적 효력을 갖기는 힘들다. 물론 개별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대게 혼인 중인 상황에서 이혼 시 재산분할이나 양육권에 대한 약속을 내용으로 삼고 있으며, 보통 두루뭉술하거나 일방에게 과도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민법 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는 규정에 어긋날 수 있다.

그렇다고 부부간 각서가 항상 법적 효력을 갖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법원은 유명 여성 앵커의 이혼 소송에서 부부간 각서를 유효하게 보고 남편에게 각서의 내용을 이행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재판부는 각서에 남편이 지급할 돈을 산정한 내역과 금액이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고 그 금액이 과다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판단 이유로 들었다. 또 남편이 함께 동행해 공증을 받은 점 역시 약정금 지급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보았다.

이처럼 각서가 법적 효력을 갖추려면 민법 제103조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그 내용이 매우 합리적이고 구체적이어야만 한다. 또 특별히 정해진 형식은 없지만, 각서의 내용과 함께 작성자의 인적 사항, 도장 또는 서명, 날짜 등이 포함되면 된다. 공증을 받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으나 이는 필수적인 것은 아니다.

부부간 각서의 효력에 대해 단정 짓는 것은 어렵다. 각서의 내용과 작성 시기 등 여러 배경을 고려해 효력 여부가 판단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법적 효력을 갖추지 못한 각서라도 향후 이혼소송이나 가사소송을 진행할 때 해당 행위에 대한 증거자료로 활용될 수는 있다는 점은 기억하면 좋을 듯하다.

참고로, 이혼이 임박한 상황에서 이혼을 전제로 작성된 재산분할 포기각서라면 협의이혼 시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소송으로 이혼이 진행될 경우에는 이 역시 법적 효력을 인정받기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 그동안의 법원의 기본적인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