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과학-105] "앵~"

　올해도 뜨거운 여름과 함께 모기의 계절이 돌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인 '지카바이러스'는 논외로 한다고 해도 모기는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앵~" 하는 날갯짓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인 데다 한번 물리면 물린 자리의 가려움으로 인해 잠을 쉽게 이루기 어렵다.

　모기는 번식을 위해 피를 빨아먹는다. 암컷 모기는 산란기에 난자의 성숙을 위해 철분, 단백질 등 영양소가 풍부한 피를 찾게 된다. 수컷 모기가 꿀, 수액, 이슬만 먹고 사는 것과는 다르다.

　모기가 흡혈할 때는 작은 관을 통해 지방 성분을 녹이는 액을 사람 피부에 뱉은 뒤 살갗이 부드러워지면 침을 찔러 넣는 과정을 거친다. 모기가 침을 찔러 넣을 땐 흡혈관과 타액관이 같이 들어간다. 흡혈관으로 피를 마시면서 동시에 타액관으로 계속 타액을 뱉는다.

　모기의 타액에는 흡혈을 쉽게 해주는 항응고 성분이 들어 있다. 혈액을 계속 묽게 만들어 줘야 마시기 쉽기 때문이다. 몸은 모기의 타액을 외부 위험물질로 인식하고 면역체계를 가동한다. 이때 염증반응이 발생하면서 피부가 부어오르고 물린 자리가 슬슬 가렵기 시작한다. 타액 양에 따라 붓고 가려운 정도는 달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타액과 함께 모기가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 기생충이 함께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모기에게 물려 뎅기열, 일본뇌염, 말라리아, 지카바이러스 등이 감염되는 이유다.

모기의 계절이 돌아왔다./사진=위키피디아
　눈이 나쁜 모기는 민감한 후각에 의존해 먹잇감을 찾는다. 특히 젖산과 이산화탄소 냄새에 끌리는데 이는 젖산이 많이 나오는 다리, 호흡을 하는 얼굴에 모기가 주로 달라붙는 이유다. 땀이 많은 사람이나 호흡량이 많은 유아·산모가 주로 모기에게 물린다.

　그렇다면 모기에게 물렸을 때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최근 영국 연구팀이 이와 관련된 연구 결과를 '면역(Immunity)'지에 발표했다.

　영국 리즈대 클라이브 맥키미 박사 연구팀은 모기가 문 자리에 발생한 염증이 지카바이러스나 뎅기열바이러스 등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를 온몸으로 더 빠르게 퍼지게 한다고 밝혔다.

　맥키미 박사는 "모기가 무는 것은 단지 짜증나는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다"며 "모기가 무는 행동은 모기가 보유한 바이러스가 몸속에 퍼져 나가고 질병을 일으키는 과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실험쥐 모델을 통해 모기에게 물리고 염증, 감염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 mosquito)를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집트숲모기는 주로 도시 지역 거주지 인근의 물 웅덩이나 고인 물 표면에 서식하며 낮에 사람을 무는 습성이 있다. 이 모기는 뎅기열, 치쿤구니아열, 황열, 지카바이러스 감염을 유발한다. 다행히 이 모기는 국내에 서식하지 않는다.

　연구팀이 주목한 것은 염증반응이다. 모기가 흡혈하며 주입한 타액은 염증반응을 일으켜 골수세포와 호중구로 불리는 백혈구가 활동을 시작한다. 문제는 감염 부위(모기가 문 자리)에 몰려든 호중구와 골수세포 중 일부가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것이다. 감염된 면역세포들은 바이러스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복제를 도와 몸 전체로 바이러스를 확산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팀은 실험 쥐를 대상으로 모기에게 물린 경우와 물리지 않은 경우로 나눈 뒤 바이러스를 실험 쥐 피부에 주입하고 그 결과를 비교했다. 모기에게 물리지 않아 염증이 나타나지 않은 경우 바이러스는 복제가 잘 일어나지 않았다. 반면 모기에게 물려 염증이 나타난 경우엔 바이러스가 매우 활발히 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맥키미 박사는 "바이러스가 면역세포를 감염시킨다는 점은 알려져 있지 않았다"며 "이는 전혀 예상 못한 놀라운 결과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주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맥키미 박사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항염증제로 모기가 옮기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방법을 연구해 볼 수 있다"며 "항염연고(크림)라면 이런 바이러스 감염을 아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이 제시한 항염연고 사용 외에도 모기에게 물렸을 때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모기에게 물린 자리는 긁으면 안 된다. 모기가 옮기는 독소가 주변 조직으로 퍼져나갈 위험이 있다. 침을 바르면 낫는다는 민간요법이 알려져 있지만 잘못하면 입속 세균으로 인해 봉와직염에 걸릴 수 있다. 얼음이나 찬물로 찜질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피부 및 피하 혈관이 수축돼 독소가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욱 과학기술부 기자]
 

출처;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3&sid2=241&oid=009&aid=0003755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