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찌맛집] 불고기와 오징어의 만남, 피맛골 청진식당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마구 파헤쳐져서 이제는 도저히 원형회복이 불가능할 것 같은 서울의 대표적인 서민골목인 피맛골에는 예로부터 서민들을 위한 맛집들이 많이 숨어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조선시대 때의 종로대로는 지체높은 양반들이 수시로 행차를 하였었고, 매번 행차 때 마다 그길을 지나던 사람들은 행차가 끝날 때까지 길가에 엎드려 머리를 조아리고 있어야만 했다. 그러한 불편을 피하기 위해 서민들이 종로대로를 피해 다니던 뒷골목길이 바로 지금의 피맛골인 것이다. 피맛골은 광화문부터 동대문까지 종로대로와 평행하게 이어져 있던 골목길 이었다. 좁은 골목안은 항상 행인들로 붐비었고, 자연히 그들을 상대로 국밥이나 막걸리 따위를 파는 식당들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런 연고로 하여 피맛골의 좁은 골목안에는 허접한 맛집들이 지금까지도 즐비하다. 허나 지금의 음식점들은 거의 (육이오)전쟁 이후에 새로 생겨난 집들이다. 그래도 3~40년씩 된 밥집들이 허다하다.

에고고고..사설이 너무 길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오늘 소개할 맛집은 피맛골 안에서도 깊숙히 숨어 있어서 피맛골을 제법 다녔다 하는 사람들도 잘 모를만한 맛집을 파찌아빠가 여러분께 귀뜸해 주겠다.

어떤 집인고 하니 ‘불고기와 오징어의 만남’이라고 가게 앞에 커다란 간판으로 만들어 달아둔 ‘청진식당’이다. 가게 앞에 내건 간판대로 이집의 주력메뉴는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이다. 파찌아빠는 물론 청진식당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두가지 메뉴를 함께 주문하곤 한다. 이 메뉴를 시켜놓고 밥을 먹어도 되고 술을 마셔도 된다. 퇴근 후 청진식당에 들렸다면 당연히 소주를 먼저 마신 후 남은 양념으로 밥을 볶아 먹으면 된다.

파찌아빠의 경험에 의하면 2~3인 기준으로 불고기 2인분에 오징어볶음 1접시가 약간 아쉬운듯 적당하다. 일단 두가지 메뉴를 동시에 주문하면 테이블 한복판을 차지하고 있던 가스렌지 위에 쿠킹호일로 대충 싸여진 사각형 철판이 올려질 것이다. 1980년대에는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주로 사용하였던 불판이다. 그 불판 위로 양념이 잘 벤 불고기를 얹는다. 불고기 2인분이면 불판에서 한번에 굽기에 딱 좋은 양이다. 이때 밑반찬으로 나온 마늘을 몽땅 불고기와 함께 불판에 넣어준다.

불고기가 익기 시작하면 소주 한잔을 입에 털어 놓고 불고기 한접을 얼른 집어 먹는다. 미리 나와 대기중이던 오징어볶음 이라도 상관없다. 대충 한두점씩 불고기와 오징어볶음의 개별적인 맛을 보았다면 이제는 둘을 합칠 차례이다. 불판 위의 불고기를 한편으로 밀어놓고 그빈 자리에 오징어볶음을 과감히 부어 놓으면 끝이다. 지글지글 익어가는 불고기와 함께 매콤한 오징어볶음이 오징어구이로 변신을 하는 순간이다. 이 상태로 또 소주 한잔을 비우고 오징어볶음(구이)을 집어 먹는다. 아까와는 다른 맛일게다. 일행 모두가 오징어를 한두점씩 집어 먹어 봤으면 이젠 불고기와 오징어를 불판위에서 마구 섞어준다. 이때 추가로 주문한 마늘을 함께 넣어주면 더 좋다. 식성에 따라 반찬으로 나온 김치나 콩나물 무침을 함께 넣어 주어도 좋다. 그건 각자가 알아서들 해라.

이젠 소주와 오불을 마구 먹을 차레이다. 술맛 날꺼다. 그러나 불고기 2인분과 오징어볶음 1접시로 2~4명이 주린 배를 채우기에는 역시 역부족이다. 아니 주린 배는 고사하고 안주로도 모자를 판이다. 이때 공기밥을 불판에 넣고 마구 볶아주면 된다. 공기밥은 2~3그릇이 적당하다. 술이 아쉬운 사람들이라면 볶음밥을 안주겸 식사겸 해서 먹어도 좋다.

여기까지 파찌아빠가 시킨 데로만 먹었다면 불고기 2인분(8천원)+오징어볶음 1접시(4천원)+공기밥 2그릇(2천원)+소주 2병(6천원)=딱 2만원 나왔다. 두명이면 배불렀을 것이고, 세명이라면 아쉬운데로 참을만 하고, 네명이었다면 배속에 기별만 갔을 것이다. 양도 안채워진 것 같고 술도 부족하고..왠지 아쉬워서 추가로 오불을 한판 더 먹을 것인지, 아니면 아쉬운데로 접고 나가서 다시 시작할 것인지에 대해서 파찌아빠에게 의견을 묻는다면 파찌아빠는 후자를 택하겠다. 아쉬운데로 청진식당을 접고 나가서 아래 1항의 가는길에 소개 된 맛집들을 찾는 것도 좋겠다. 다들 꽤 유명한 맛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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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깐정보 : 파찌아빠가 만족한 가격대비 맛집, 청진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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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진식당은 파찌아빠가 바로 앞집인 남도식당에 드나들면서 알게 된 집입니다. 두집 다 싸고 맛있고, 허접한 피맛골의 음식점 입니다.

1. 가는길 :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을 기준으로 일단 교보문고를 찾아라. 광화문에서 교보문고 못 찾을 사람은 없을 줄 안다. 찾았으면 후문앞에 서도록...후문은 종로쪽으로 위치해 있는 문이다. 거기서 보면 버거킹과 그 옆으로 좁은 골목이 보일 것이다. 그 골목이 피맛골이다. 피맛골을 들어서면 골목안 좌측으로 열차집이라는 빈대떡집이 보이고 그 뒤로 생선구이집인 대림식당, 청주와 꼬치가 맛있는 군참집, 역시 생선구이집인 흥남집이 차레로 보일 것이다. 흥남집과 낙지철판으로 유명한 서린낙지의 사이로 또 하나의 골목이 있다. 이 골목은 ㄴ자로 꺽어진 골목인데 그 골목 끝에 청진식당이 위치해 있다, 청진식당 바로 앞집은 소문난 백반집인 남도식당이다. 연탄불에 구운 석쇠구이 돼지불고기도 맛있다. 청진식당 전화번호 : 02-732-8038

2. 메뉴 : 불고기 4천원, 오징어볶음 4천원, 삼겹살 등 다른 메뉴도 몇가지 더 있는데 별로 신경쓸 것 없다. 청진식당에선 그저 불고기와 오징어볶음 두가지면 땡이다. 카드로 계산을 한다면 오케이케쉬백 포인트 카드도 같이 제시 하도록 하자. 청진식당은 오케이캐쉬백 가맹점이다.

3. 총평 : ‘가격대비 만족도’라는 파찌맛집의 선정기준에 아주 잘 맞는 집이다. 청진식당이 화학조미료를 사용하는지 천연조미료를 사용하는지, 아니면 불고기가 수입소인지 어떤지는 따지지 말자. 절대미각을 기준으로 이집에 대해서 운운 하지도 말자. 청진식당은 그저 가격대비 만족도에서 아주 훌륭한 집이다. 파찌아빠는 이정도면 만족한다.

4. 파찌아빠 따라먹기 : 본문에 이미 다 써 놓았다. 그대로 먹으면 된다.


<파맛골이 좋은 파찌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