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어머님을 뵈었을 땐 정말 쿨하시고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외아들에 홀시어머니는 힘들다 이야기할때 저도 아마 그럴거라 생각을 했지만 어머님 뵙고 선입견이 사라졌거든요

절 보시면 늘 웃으시고 오빠네서 자고가는 날이면 딸처럼 챙겨주시고 하셔서 저도 어머님께 잘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캔들도 사가고, 견과류같은 것도 사가고 이번 명절에도
저희 엄마가 어머님 갖다드리라고 사골도 드리고..

어차피 모셔야하니 좋은게 좋은거라 생각하면서
어머님 안계실땐 집안일도 좀 하고 반찬도 만들어 놓고 그랬거든요

어머님도 너무 좋아하시고 빨래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게어놓고 음식도 맛있게 잘한다며 칭찬해주시곤 하셨죠
(살림 일절 고쳐놓지 않고 그릇 하나 놓는 것 까지 어머님 하시던대로 그대로 함)

어머님 음식하실때도 그냥 앉아 있으라고 하시는 거 옆에 붙어서 어머님이 하시는 음식은 전부 맛있는 것 같아요!
이건 어떡게 만드시는거예요? 저도 알려주세요 하면서 배우려고 노력하고

어머님도 기특해 하시고 그랬어요

그래서 더더욱 어머님을 신뢰하게 되었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어머님과의 미묘한 기운이 흘러요

몇번 애써 넘기려고 했지만 그 찝찝하고 복잡한 기분을 떨칠수가 없더라구요

그 기분이 더욱 나빠진게 지난주 금요일쯤 어머님네 갔을때에요

같이 이야기하다가 어머님이 집앞 공원 산책을 굉장히 좋아하시는데(매주 빼놓지 않고 가심)

내일은 늦잠 잘 생각하지말고 다같이 공원에 가자고 하시더라구요

공원가는 일은 어렵진 않지만, 늦잠을 자지말라는 말씀부터 제 기분이 상했어요

물론 제가 지금 다른 일을 하려고 쉬고 있긴한데

저번에 오빠네 왔다가 몸살나서 아침에 두어번정도 못 일어난거 빼고는 늘 아침 6시 반쯤 일어나서 오빠 아침밥 먹는거 보고
출근하는것까지 보고 집안일 좀 해놓았다가

그러다 정 졸리면 30분~1시간정도 눈 붙이고 반찬 같은 거 뭐만들지 생각하고 만들어 놓고 그랬어요

뭐 쉬는 사람치고 딱히 게으르게 행동하는 건 없었는데

마치 늦잠을 늘 자는 줄 아시는 듯 말씀하시니 마음이 좀 상하더라구요 (예전에도 몇번 웃으시면서 '너는 맨날 늦잠자느라 집에서 밥도 안먹지?' 라고 말씀하심.)

그리고 그 날 가뜩이나 늦잠 잘 생각 말라는 말씀에 기분이 별로였는데 또 제 충혈된 눈 보시고는 너 눈이 왜 그러냐 하시기에
'피곤해서 그런가봐요' 했더니
니가 피곤할게 뭐있냐 하시더라구요
(정색하며 말씀하신 건 아니고 매번 웃으시면서 저런 말씀을 하심)

그냥 웃고 넘겼지만..

늦잠가지고 한마디 하신건 기분이 좀 나빠도 그러려니 하려했지만 두번 연속 게으른 사람 취급하시니(제 기준)
정말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어요

제 기분이 나빠서인지는 몰라도 그 뒤로 말씀 하시는게 하나하나 마음에 걸리더라구요

어머님께서 저번부터 김치 냉장고가 고장났다고 하셨는데
저더러 '야 김치 냉장고 고장나서 수리기사 불러야되는데 다음주에 너 낮에 좀 있어' 하시더군요

일단 '네..'라고는 했는데
그때부터 표정관리가 안되기 시작하면서 어머님 곁에 앉아 있기도 불편해지고 가시 방석처럼 미칠 것 같았어요

제가 일을 안하더라도 어떻게 스케줄이 있는지 언제 시간이 괜찮은지 물어보시지도 않으시고 통보하시니까 마치 집 지키라는 뉘앙스로 들렸어요

그러면서 한편으로

아니야, 내가 오늘따라 예민한거지. 어머님이 내가 가족같으니 편하게 대하시는 걸거야.
생각했는데 뜻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더라구요

오빠에게도 '☆☆아, 너 주말에는 얼굴 보기 힘드니까 저 커텐 좀 지금 떼놔.' 하시는데(주말에는 오빠랑 꼭 봄)
그냥 오늘 커텐 꼭 떼놓아라 하시는것도 아니고
제가 있는데에서 굳이, 주말에 얼굴 보기 힘드니까 라고 말씀을 덧붙이시고..

계속 되는 기분 나쁜 말에 마음이 상할대로 상해서
오빠랑 자려고 누웠는데 눈물이 나더라구요

오빠도 저 우는거보고 아이구.. 속상했지? 하면서 달래주고
생각없이 그냥 말씀 하신거니까 너무 신경쓰지마. 해가며 눈물 닦아주더라구요.

근데 그 오빠가 말한 생각없이 그냥 말씀 하시는것에 대해 이해가 안된다고. 어떻게 내 기분 고려하지 않으시고 그냥 말씀 하시냐구
내가 어머님께 생각없이 말 한다고 생각해보라고 쏴 붙였더니

너는 왜 엄마를 안좋게만 생각해?
엄마가 잘해준 건 하나도 생각 안하고.
나도 중간에서 힘들어. 이러더라구요

그럼 난 어머님한테 못해드려서 그런 소리 듣고 있는거냐고
그래도 할말 못 할말은 가려서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바꿔서 우리 엄마가 오빠에게 그랬으면 참을 수 있냐고 히니까

응. 참을수 있어. 하기에

오빤 어쩌다 한번 우리 부모님 뵙는거고 난 앞으로 매일을 어머님과 부딪혀야하는데 그거랑 그거랑 같냐고 하니까

그래도 참을 수 있다고.. 그러는거예요ㅋ

그건 오빠가 우리 부모님 모시고 살일 자체가 없으니까 지금이야 참을수 있다고 말할수 있는거라고
지금 겨우 2달 뵙고 지냈는데 띄엄띄엄 뵈도 이런 상황 나오는거 같이 살면 더 심했음 심했지 덜 하진 않을 것 같다고
하고 더이상 말도 안하고 그냥 잤어요

그 다음날에 8시쯤 일어났더니 아침 준비하고 계시기에
도와드리려다가 어제 일 때문에 마음이 내키지 않아서 준비 끝나실때까지 방에 있다가 나가서 아침밥 먹고

뒷정리는 제가 할테니 앉아 계시라고하고 설거지 하는데
그냥 놓고 와서 티비보라고 계속 말씀하셔서 대충 끝내놓고 티비봤죠

공원은 언제 가나.. 하면서 어머님 눈치보며 앉아있는데
안그래도 어머님이 오빠더러 언제 갈거냐고 하시니까
오빠가 어제 제 기분을 알고 그냥 엄마 혼자 다녀와. 하고 방으로 들어갔어요.

그 사이 오빤 잠들고 전 계속 티비는 보는게 보는게 아닌듯 앉아있었죠

그때 어머님이 저더러 '니가 가지말자고 했냐?' 하시더라구요

하...ㅋㅋㅋㅋㅋ

또 역시 웃으면서 말씀하시긴 했는데
그 말 듣는 순간 다시 잘해보려고 했던 마음이 싹 가시면서
왜 이러시는건지 어머님 속내가 궁금해지고 내가 마음에 안드셔서 그러시는건지 이유가 알고 싶더라구요

오빠에게 넌지시 물어봐도 전혀 평소에도 그런 말씀 없다고 했고
절대 너 싫어하시지 않는다. 어머니 성격에 싫으시면 싫다고 벌써 말씀하셨다고 했었고..

그 전부터 예를 들어 야 이것 좀 버려. 하시면 쓰레기통에 갖다버리고 그런것도 야, 너. 이렇게 부르시는 것도 처음엔 기분 나빴지만 그냥 저렇게 편한게 어머님 스타일이라고 생각은 해왔는데

그 모든 신뢰들이 무너지면서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제껏 어머님이 어쩌다 넌지시 하시는 말씀들이 질투처럼 느꺼졌어요

전 이미 한번 결혼을 실패했던 사람이라(시댁,남편 종합해서)

이번만큼은 시댁에 대한 선입견 전부 버리고 새롭게 어머님과 잘지내려고 노력했는데 진짜 시댁은 시댁이구나 싶더라구요

앞으로 어머님과 지낼 자신도 없고 계속 저런 문제들이 반복되면 저도 오빠도 지쳐서 서로 안좋은 모습만 보이게 될까봐

더 멀리 가기전에 그만하자. 내가 괜히 오빠랑 어머님 사이에서 이간질 한것같다. 내 그릇이 작은거라고 했더니

너 서운하게 한거 전부 미안하다고 하나부터 열까지 사과하면서 그렇게 서운해할지 몰랐다(연애경험이 2번정도 밖에 없음)
하나하나 알려주면 니 말대로 고치겠다. 하면서 잡았어요

전 계속 자신이 없다고 하니까 그럼 당분간 따로 나와살자고
어머님 꼭 설득해서(예전에도 신혼 없을것 같으니 잠시 나와살겠다고 말씀드린적 있지만 설득 못시킴)
이번엔 약속 지키겠다고 해서 일단 보고 있는중이예요..

제 생각엔 설득 시킨다해도 저만 아들 빼돌린 나쁜 며느리 될 것 같은데...

그래도 저 사건 이후로는 마음을 돌리기가 힘들어서 어머님이 좀 서운하시더라도 나와 살고 싶어요.

오빠랑 헤어지기도 싫구요.

제가 잘못하고 있는건가요? 아님 제가 너무 나쁜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