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어머니와 사는 법
어떤꿈 2015.01.28 10:56:07
저희 남편은 4남매중 셋째인데 사정상 홀어머니를 모시게 됐습니다.
무뚝뚝하시고 일만 아시는 어머니...
17년의 세월동안 미역국은 한번 끓여 주지고 따뜻한 말한마디 하실줄 모르시네요.
시집온 첫해 미역을 담가 놓으시고 미역 담가놓았으니 미역국 끓이라는 말해
서운하기도 하고 속상해서 막내 시누한테 sos를 청했죠.
그랬더니 막내 시누가 어머니한테 그러는게 어딨냐고 전화로 며느리 미역국 끓여주라고 해서 딱 한번 얻어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야속하고 속상했는데 지내다 보니 어머니 성격이 원래 그래서 며느리뿐만아니라
자식들한테도 챙겨주실줄 모르시는 분이었어요.
사정을 알고 보니 젊은 나이에 혼자 되셔서 층층시부모님 모시고 4남매 키우며 밭일로만 단련된 분이라
정을 줄줄도 모르고 먹기살기 바빠 일만 하고 사셨더군요.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고 저도 다정한 성격이 아니라 잘 해드리지는 못해도 분란없이 살아야 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문제가 하나씩 생기면서 자꾸 가슴을 짓누르더군요.
짬짬이 속썩이는 남편도 감당하기 힘든데 아무생각없이 행동 하시는 어머님이 자꾸 신경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털털 하시다 보니 음식을 손으로 드시거나 냄비란 냄비는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뚜껑을 찾을수가 없이
살림이 엉망이 되기 일쑤고 툭 하면 냄비는 시커멓게 그을려 있는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행주와 걸레를 구분을 못하시거나 음식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시기도 합니다.
제가 워낙 일이 많고 저질체력이라 어쩌다 주방을 치워놓으면 이틀이 못가 난리가 나고 도와주신다고
하시는 설걷이는 음식물이 그대로 붙어 있기 일쑤였어요.
그러니 빨래며, 설걷이 도와 주시는게 전혀 반갑지 않았습니다.
고집이 있으셔서 제 말은 잘 안들으셨고 또, 저도 잔소리가 늘어날까 걱정돼 말을 못하겠더군요.
그런 날이 계속 되니 제 말수가 줄어들고 어머니와 대화가 거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활이 거듭되다보니 제가 스트레스가 점점 늘어나고 살기가 힘들더군요.
그러다가 최근에 와서야 저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았습니다.
이해력이 부족했던 저는 다시금 생각했습니다.
자식 도와주겠다고 밭일을 하고 오셔서 쉬지 않고 설걷이와 빨래를 도와주시는 시어머님이 과연 몇이나 될까?
며느리가 부실하여 살림도 제대로 못하는데 잔소리 않하시는 시어머님이 몇이나 될까?
남보기는 챙피해도 정리 않되는 부엌살림 어머니와 나만 편하면 되는거지...
세제가 묻어있는 빨래 다시 빨면 되고, 설걷이가 덜된 그릇 다시 씻으면 되지...
많이 힘들땐 가족들 다 모아놓고 날잡아서 대청소 하면 되고, 항상 속이 젖은 고무장갑 짜쯩이 났었는데
내 전용 고무장갑 챙겨놓으면 되고...
이렇게 마음을 고쳐먹으니 집안이 평화롭고 무엇보다 제가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더군요.
저도 언젠가 시어머니가 될텐데 젊은 혈기에 부정된 시각으로만 보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어머니 죄송합니다. 잘해 드리지는 못하고 불만만 많았던것 같아요.
앞으로도 잘 해드릴 자신은 없지만 끝까지 제가 모실거구요. 지금처럼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부족한 며느리 조금만 더 예뻐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