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처음 맞는 생일이었습니다
친정과 많이 멀어서 신랑과 시댁식구들과 보내야했죠
시댁 식구는 지난 20년 홀로사신 홀시어머니, 신랑, 저랑 동갑인 도련님이 있습니다
저희가 시댁 바로 옆집에 사는데...
정말 잠자는 공간만 달랐지 한집에 사는것과 다름없어요
결혼한지 이제 4달인 새댁이지만 꼬박꼬박 제가 밑반찬 3종류씩 매주 해서 갖다드리고 있었구요

근데 저희집과는 많이 달라서 생일이어도 딱히 뭐 크게 축하해주는 분위기도 아니고
케이크도 선물도 카드도 고사하고
지나가는 말처럼 생일축하해 한마디가 전부인 시댁...
좀 당황스러웠습니다
저보다 두달전에 도련님 생일때도 제가 미역국 끓여주고
아무도 뭘 안하니까 오히려 제가 안절부절
도련님께는 나중에 여행다녀오면서 지갑 사서 선물했습니다

저희 부모님은 겨울에 있는 사위 생일에 선물도 하실 생각이고
처음 맞는 사위의 생일이라며 엄마께서 한상 차려줘야한다고 신랑 몰래 먼길 오실 예정이었거든요

뭐...... 가풍의 차이니까 그건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려는데

점심에 시어머니가 친구분들하고 식사하는데 가자셨어요
지난번에도 첨 뵙는 자리에서 직접 담근 장아찌 한병씩 선물드렸더니 넘 맛있게 잘 먹었다며 답례로 밥 사고싶다 하셨나봐요
그래서 갔는데........

분명 어머니가 저한테는 손에 뭐가 자꾸 나고 일하느라 힘이 들어서 손이 아픈 관계로 아무것도 못하시겠다며
변명이 아니고 그래서 네 미역국 못 끓였다 하셨거든요
근데 제 미역국 못 끓일 정도로 손이 아프셨던 분이
멀쩡하게 가게일 하시고 김치찌개도 끓여드셨다는게
친구분들과 대화중에 밝혀진거죠

조금 서운했습니다
며느리 생일에 왜 시어머니가 미역국 끓이냐 하실지도 모르지만
애초에 기대도 안했기때문에 어머니가 먼저 "미역국 끓여주고 싶었지만 내가 아파서.... 변명이 아니라...." 이러셨을때도 오히려 제가 손사래치며 괜찮다고 어머니 괜찮으시냐고 걱정했는데....
그냥...... 거짓말이었던거죠
안끓여주셔도 됐는데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하셔서 제가 도리어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들게하시다니

그리고 신랑이랑 어머니랑은 한 가게에서 교대로 일합니다
오늘 신랑이랑 생일이라고 저녁에 외식하기로 해서
신랑이 오전오후 내내 일하고 어머니가 6시까지 들어오시기로 했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점심식사후에 친구분하고 운동겸 사우나 가신다더니
7시가 돼도 안오시는겁니다
저희는 식당 예약 7시반이고.. 신랑은 하루종일 일해서 씻어야 하는데 말이죠
차가 막혀서 늦으신다며 신랑한테 먼저 연락하셨답니다

그러더니 조금있다가 저한테 연락와서는 (이미 6시반 넘은 시간)
"내가 지금 나왔는데 차가 너무 막히네. 어떡하니 차가 막히는데. 나 가면 또 ㅇㅇ이 늦었다고 난리칠게 분명한데 네가 전화 좀 해서 잘좀 말해봐." 하시는 겁니다
어머니는 늦은게 미안한것보다 가게에 도착했을때 아들이 화낼까봐 저한테 신랑한테 그러지말라고 말하도록 시키시는겁니다
미안한 내색이라도 좀 하셨으면 "어머니 차가 막히는데 어쩌겠어요 걱정마시고 천천히 오세요" 했을텐데 그런 내색도 전혀 없으시고....

알고보니 사우나에서 친구분이랑 수다떠시느라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잠시 저에 대해, 저희 약속에 대해 잊어버리셨답니다
결국 7시에 도착하셨어요.......

그래요.... 그까짓 외식, 예약 시간에 늦어도 다른데 가도 그만이었고
외식 안해도 미역국 안먹어도 그만이었지만
어머니가 저를 생각하시는게 이것밖에 안되나 싶고 좀 서러웠습니다
다른날도 아니고 제 생일인데
뭐 결혼 10년 20년 된것도 아니고 먼 타지로 시집와 처음 맞는 제생일인데..........

참고로 신랑도 자기라도 미역국 끓여주겠다며 미역 불려놓고는 피곤한지 그대로 잠들었습니다
혼자 빨래 개고 주방 정리하다 문득 본 미역 담긴 냄비를 보니 울컥하더군요
결국 제 손으로 미역국 끓이고는 펑펑 울었습니다

에효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