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희는 시험 준비하던 신분으로 만나 120일 남짓을 사귄 커플입니다. 

여자친구는 철벽이 엄청나게 강한 타입에 표현을 못하는 "정말" 소심한 타입이에요. 스킨십도 제대로 한 적 없고. 그래서 처음에 제가 연락이 너무 없어 조금 서운하다고 했더니 상처를 많이 받기도 했었습니다. 이후로는 차라리 조금 내버려두는 쪽이 맞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방치하는 느낌으로 미묘한 감정선을 걸친 채 여기까지 왔는데요.(본인 입으로 자기는 독립적이라고 하네요.. 이것도 제게 향하는 마음이 작으니 하는 말이겠거니 넘기곤 했지만)

100일 쯤 되어서 어떤 말을 하다가 약간 뇌관이 터져서, 초반에 제가 이에 서운함을 말했고 자존심을 내세웠던 일들로 상처를 받았고 뭔가 거리감이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그 말을 들은 저로서는 다른 할 것이 있나요, 사랑하는데. 만나서 제가 차분하게 짚고, 다름을 인정하고 잘 해보겠지만 상처가 깊다면 네가 마음 편한대로 정하라고 말하고 나왔는데, 그날 밤에 술먹고 연락이 와서 다시 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뒤 약간 어색한 기류 속에서 몇 번 데이트하고 좀 가까워졌나 싶더니, 며칠 안 보니까 또 대놓고 그런 기류를 제게 내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가 완전 집순이입니다) 그렇다고 아예 말을 안하는 건 아닙니다. 선톡을 하기는 해요. 근데 만나자고 하면 살짝 말을 돌리려하고, 존대말을 쓰기도 하는 등 제게 고통을 주고 있습니다.ㅠㅠ 두어번 슬쩍 헤어지고 싶으면 그렇게 해라 라고 던지면 또 아니라고 합니다.

한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한 것은, 저는 시험이 되고 그 친구는 떨어져 취직을 한 상태인데 본인 스스로 탈락에 많이 힘들어하고, 계속 세상이 싫다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많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제대로 된 공감과 위로를 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그래서 어제는, 확실히 내가 널 정말 좋아한다. 네가 나를 바라보는 것이 어떤지는 알겠지만, 이 고비만 넘기면 분명 행복해질 수 있을거다 는 식의 말을 차분하게 했는데, 그저 애써 웃는 텍스트와 잘 자라는 말만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속으로는 저도 수천번 자존심이 상하고 휘둘리는 느낌도 들었지만... 제가 이 아이를 너무 좋아하게 되어버렸습니다ㅠㅠ 피하려는거 어찌저찌 만나서 얘기로 어떻게 풀어야할지, 아니면 통화로 차분하게 얘기해야 할 지, 비슷한 감정을 느끼신 분들이 계시다면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온라인으로 이런 글을 올리는 것이 처음인데, 사람 마음에 다가가는 게 정말 어렵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