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가 있어요.

우리는 20대에 만나 지금은 30대.

나이차가 많지 않아 친구처럼 오빠동생처럼 지냈고 10년 동안 제가 그를 많이 좋아했습니다.

오래전에 고백하고 그도 제 마음을 알고 있어요.

그는 저를 그냥 동생으로만 생각한다고 했고 그 동안 2번의 연애를 했습니다.

저는 그걸 다 지켜보면서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고

그도 자기 마음을 늘 강조했지만 저를 밀어내거나 하진 않았어요.

처음에 그는 나보고 친구도 아니라고, 넌 그냥 동생일 뿐이라며 선을 긋고, 적당한 거리감을 두었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그도 나를 가장 친한 친구로 인정을 하고

나에게 항상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다고

그래서 가장 걱정하고 신경쓰이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너무 힘들어 마음 정리를 하려던 중이었습니다.

그는 잘은 몰랐지만요...

그는 계속해서 내가 아닌 여자친구가 있었고

그 여자친구에 대한 마음이 많이 식은 것 같긴 했지만 자기 의지로 헤어질 성격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나는 정말 아닌 것 같다, 이제 내 나이도 있고...마음을 접어야겠다, 했지요.

그런데 그가 얼마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하면서

이제 당분간은 여자를 만나거나 연애를 하고 싶은 생각은 안들고

그냥 다 여자가 똑같고, 그 여자가 그 여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동안 맘 고생한 나에게 더 잘해주려고 하고 앞으로 나를 더 좋게 생각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래봤자 말도 못하고 표현을 워낙 못해서 크게 테는 안날 것 같아요. 본인도 인정함...)

하지만 지금 그는 이별한지 얼마 안되었고

나와 그는 그냥 친한 친구 같은 관계가 너무 오래되어

당장 사귈 만한 상태는 서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도 아직 그 사람을 많이 좋아하지만

지금 당장 그 사람과 사귄다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주변에 워낙 함께 친한 지인들이 많아 그것도 걸리고.. 

그래서 일단 서로 시간을 갖고 이대로 지내 보자고 했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알아온 우리의 극과극의 성격차이도 걱정되고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우리 둘과 너무 밀접하게 엮여있어서 그것도 걱정이고..

저도 지금 당장은 그와 사귀는 것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또 마음정리까지 하려고 했던 상황에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조바심은 생기는데, 사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그를 붙잡는게 맞는 것인지..

아직도 많이 좋아하는 그이지만

내가 잘 할 수 있을지,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적당히 표현하고, 적당히 배려하는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그동안 일방적으로 그를 좋아하며 스스로 만든 상처들로 저에겐 불안함, 의심이 너무 많아요...

차분하고 단순한 그와 달리 감정적이고 따져서라도 끝장을 보는 제 꼬라지를 그도 겪어서 잘 알고는 있지만

더 질리게 할까봐 ㅠ ㅠ 

시간을 두자고 했지만 더 조바심만 생기고 제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네요..

하던대로 혼자 마음껏 표현하고 온 마음을 다 주는 건 아닌 것도 같고..

그는 정말 천천히 올 것 같은데

저는 마음이 급하고...서로 마음의 속도 차이로 결국 놓쳐버릴까봐 두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