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오늘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 집중도 안되고. 일이 잡히질 않는다.

많은 감정들이 마음과 머릿속을 헤짚고 다닌다. 이만큼 시간 보내면서 괴로워하고 아파했으니. 이제 나도 좀 덜 생각나고 내 할 일에 집중 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건 아닐까 하는 억울한 마음마저 든다. 마지막 몇일간의 대화와 처음 만났을 때 두어달 간 나눈 톡 대화를 읽었다.

그동안 내가 부인하고 싶었던.. 과연 그 사람의 사랑은 진심이긴 했을까 라는 원망어린 질문에 너무나도 명확한 답을 얻었다... 

이 사람은 결코 진심이 아닌 모습이 아니었다. 대화는 여느 사랑하는 커플처럼 알콩달콩하고 애정이 넘치는 대화더라. 나의 모습은 정말 한없이 표현해주고 아껴주는 그런 여자친구가 분명했다. 이 사람의 모습도 사랑하는 여자에게 한없이 관심을 쏟는 그런 남자친구가 분명했다.

생일에 준 편지와 톡 대화 일부분을 읽고 내가 이렇게 마음이 아픈건.. 이 사람도.. 겁많고 무섭고, 더 이상 용기가 안나 아닌거 알지만.. 본인 나름대로 노력을 한 모습이 내 눈에 새롭게 보여서 였을까. 

힘들어서 끝자락엔.. 사그라들었을지언정. 순간순간 사랑의 마음은 진심이 아닌건 아니었다는 것이 느껴져 내 마음이 아팠다. 애잔했다. 본인이 쳐 놓은 방어막을 끝내는 뚫고 나오지 못하는 여린 모습이 보여 애잔했다. 많은 이들이 이 인연은 아니라고 하지만.. 내가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달라졌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잘 지냈으면 좋겠다. 그렇게 겁많고 여린마음 다치게 하지 않을.. 부모님 마음에도 들고, 본인 마음에도 드는.. 그런 좋은, 남들 앞에서 떳떳히 보여줄 수 있는 멋진여자 만나서. 세상에 겁먹지 않고. 좀 더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나중에 우연히 보더라도 보고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이제는 들기도 한다. 참 오랜만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이로써 한번 더 마음에서 떼내어 버릴 수 있는 게 되는걸까.

마지막으로..

나의 존재로 힘들게 한 점이 있었다면 미안해, 

나의 존재로 즐겁고 행복했던 때가 있었다면 참 다행이야.

나도 지금 함께 하지 못한다는 것이 마음이 찢어지지만.., 마지막에 내가 받은 상처가 너무 크지만.. 그 아픔보다는..  그래도 함께한 시간,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에 대한 감사함이 더 크기에 버틸만 하다.

이렇게 내 마음에서 또 떨어져 나감으로.. 오빠한테 좋은일이 생기려나보다.. 

우린 말 안해도 생각이, 텔레파시가 통해왔잖아. 지금 내 느낌이 그래..

미안하고 고마웠다. 내 마음속 예쁜 남자. 

다음생에는 오빠가 꼭 여자로 태어나. 내가 지켜줄게. 

이번 생에 잠깐이라도 내 앞에 나타나줘서 고마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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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눈이 떠져 일기에 끄적이다가.. 제가 여러분에게 받았던 교훈처럼..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수 도 있을까하여 올려봤습니다. 달달한 위로도 씁쓸한 비난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