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저는 유치원떄 만나 쭉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소꿉친구였었고 같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다니고 직장도 같은 곳을 다녔습니다. 그리고 결혼까지....

그런 아내는 1년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내는 어렸을 때부터 몸이 안좋았습니다.

심장이 약해 운동도 잘 하지 못했고 신장기능도 약했습니다. 고열에 시달릴 때도 굉장히 많고 두통이나 어지럼증도 잘 느꼇습니다. 게다가 몸이 워낙 안좋아 병원을 자주 오갔습니다.

제가 대신 아프고 싶었고 제 장기를 다 내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던 아내였습니다. 너무너무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했던 아내는 그 누구보다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결혼식 당일에도 고열이 갑자기 발생했지만 아내는 꿋꿋이 나와 결혼식을 무사히 마쳤고 신혼여행에서도 좀 빡빡했던 일정탓에 빈열이 왔음에도 저와 무사히 신혼여행도 마쳤습니다.

꿈만 같았던 신혼생활은 저희 부부에게는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아내는 항상 활기가 넘쳤고 매일같이 웃는 얼굴은 정말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아내는 정말 노력했었습니다. 매일 아침, 저녘을 맛있게 차려줬고 혹여나 점심 굶고 있을까 "밥먹었어?"라고 카톡도 항상 했습니다.

저를 위해서 스웨터랑 목도리, 양말도 직접 짜줬고 매일 저희들의 추억이 담긴 걸 예쁘게 꾸미면 저에게 와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매일같이 아내걱정하고 아내를 돌보는 저보고 항상 아내는 저한테 미안하다고 했었습니다.

정말 듣기 싫은 말이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아내에게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는데 뭐가 미안하다는 거냐고..화를 내면 아내는 또 울먹거리면서 저를 가슴에 꼭 안고 고맙다고 해줬습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세월을 보냈고 그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저희를 아프게 했던건 바로 유산이었습니다.

4년동안 저희 부부는 아이를 가져보기는 커녕 아이가 생기면 아내 몸상태로 인해 번번히 유산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항상 활기차고 행복한 가정이었지만 그 떄만큼은 정말 우울한 떄였고 그런 아내는 또 자신의 몸을 탓하며 저에게 미안하다고 했었습니다.

약한 몸으로 태어나서 미안하다고...정말 미안하다고 이런 자기가 싫지 않냐고 하며 아내는 계속 울었죠

항상 웃는 아내였지만 그떄만큼은 아내는 웃지 못했습니다.

그런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내를 보듬어 주는 것 뿐이라 정말 제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습니다.

그리고 2년전에 저희는 드디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생겼었고 외가와 친가뿐만 아니라 주변분들도 자기일 마냥 좋아하셧습니다.

하지만 또 아내는 몸상태 악화로 인해 아이를 지워야 할 것같다는 의사의 말이 들어왔고 저희는 전국을 돌며 산부인과 의사란 의사는 다 만났습니다. 하지만 모두 똑같은 결론만을 내놓았습니다.

좌절하고 있는 저에게 아내는 아이를 낳아보겠다고 자기는 엄마니깐 해낼 수 있다고 하며 저를 다독여 줬습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기 싫었던 저는 결사반대를 했지만 아내의 의지를 꺽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게 엄마의 힘이라는 것을 저는 그 떄 알게 되었죠

결국 저는 아내에게 한가지 조건을 걸고 아이를 낳는걸 허락했습니다.

그 조건은 저와 아내 그리고 태어날 아이 이렇게 셋이서 행복하게 오랫동안 살자는 거였습니다.

아내는 항상 웃듯이 해맑게 저를 와락 안으면서 꼭! 약속 지킬께라고 하며 울었고 저희들은 거기서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7개월 후 아내는 아이 출산이 임박해 산부인과에 입원했지만 3일동안 아이를 출산하지 못했고 회사에 휴가를 앞당겨 내고 아내의 곁만 계속 지키고 아파하는 아내를 보며 그저 아내의 손을 꽉 잡아주며 곁을 지켜주는 게 전부인 제가 너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예쁜 딸이 태어났고 저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아내가 완전히 기력이 쇠해 퍼져있었기 떄문입니다. 그러면서도 아내는 아이에게 젖을 물렸고 그런 아내가 저는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아이를 낳고 많은 기력이 쇠해버렸고 가뜩이나 몸상태도 좋지 않았기에 아내의 몸은 나날이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심장도 안좋아져 아내는 아이를 낳고 불과 2개월만에 심장이식수술까지 받아야만 했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내는 계속 몸이 안좋아져 결국에는 휠체어가 아니면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제가 그 떄 아내가 아이를 낳는걸 끝까지 반대해야 됬었다며 제 자신을 때리며 원망하고 또 원망하고 스스로 자책하며 눈물만 흘렸습니다.

그런 제가 보기 싫었던 건지 그러지 말라며 저를 한사코 말리며 자기는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었습니다.

덕분에 예쁜 딸을 낳게 되었다면서요.

저는 아내와 딸 저 이렇게 세식구의 추억을 많이 쌓기 위해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고 아내의 병수발을 들며 전국 여기저기를 여행다니며 추억을 쌓았었습니다.

그렇게 3년 10개월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여느 떄와 같이 여행을 하다가 아내와 같이 껴안으며 누워있다 아내가 갑자기 심장마비가 오는 바람에 아내는 근처 대학병원으로 실려갔지만 아내는 결국 의식불명상태에 빠졌고 의사로부터 살 가망이 희박하다며 아내와 마지막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야 했었습니다.

의식불명에 빠진 아내에게 저는 "제발 눈좀 떠보라고","약속지켜야지","이 거짓말쟁이"라며 아내를 꺠워보려고 헀었습니다.

저는 일주일동안 병실에만 틀어박혔고 아내의 손만 계속 잡았습니다.

하지만 아내는 그 상태로 꺠어나지 못했고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

아내의 장례식 많은 사람들이 와서 위로를 해줬지만 전혀 위로가 되지 못했습니다. 저는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습니다.

장례식이 막바지에 흐를 때쯤 아내의 법정 대리인이 저를 찾아와 아내의 전 재산과 주식과 함께 저에게 장문의 유언장을 남겼었습니다.

그리고 유언장을 한장 한장 조심히 넘겼습니다.

먼저 가는 자신에 대한 원망과 둘만 남은 저와 딸에게 보내는 미안함이 있었고 아내가 만약 살아있었다면 우리 셋이 하고 싶었던 것과 자신의 남편이 된것과 자신의 딸이 되어준것에 대한 고마움이 가득했고 먼저 가더라도 우리 가족 곁에 끝까지 남아있겠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의 유언에 따라 아내를 화장하지않고 가족추모공원에 매장했다가 우리 가족 셋이 죽으면 그 떄 다같이 화장해 제가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월미도 앞바다에 미래에 있을 손주가 뿌려주길 원한다는 말과 죽어서라도 우리 세식구가 영원히 함께 있고 싶다고 했었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저에게 약속!라는 필체와 함께 맨 마지막 유연장에 쓰여있었는데

1. 우리 예쁜 딸 잘 키워서 남부럽지 않은 자식으로 키워줄 것

3. 나를 잊지 말아줘!

이 두가지였습니다.

이 유언장은 그나마 살 희망을 잃어버린 저에게 딸과 함께 제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이유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저도 먼저 간 아내에게 편지를 쓰고 싶네요. 여기에 이런 글을 쓴다고 아내에게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정말로 신이 존재한다면 아내가 제가 쓴 이 글을 읽어 줬으면 좋겠네요.

여보!

당신을 그렇게 떠나보네고 벌써 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네 당신이 그렇게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고 떠나고 나는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 그리고 너를 그렇게 태어나게 한 신이 정말 원망스러워서 당신을 데려간 신이 너무나도 원망스러웠어 당신이 없는 1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 딸이 당신을 정말 보고싶어해! 그러니깐 우리 딸 잠잘떄 꿈속에서라도 나타나서 아이와 놀아주면 좋겠어 그리고 나도 당신의 빈자리를 세삼 느끼고 있어 나도 직장을 다니면서 육아까지 병행하고 있지 그렇다고 너무 걱정하지는마 우리 옆집 아주머니랑 처제랑 우리 누나가 돌아가면서 서로 잘 돌봐주고 있어

하지만 정말 그립다. 당신이 매일 차려줬던 따뜻한 밥상이.. 다시 한번 먹어보면 소원이 없겠는데 말이야

지금은 매일 식은밥이나 굳은밥에 김치나 주변에 가져다준 반찬으로 대충 땡기다보니 더 생각나는거 같아

얼마전에 누나가 자기네 집에 같이 살아둬 좋으니깐 들어와 살라고 했는데 거절했어 잘했지?

너와 추억이 잔뜩 실려있는 이집을 놔두고 절떄 떠나기가 싫었어 우리 딸은 누나네 집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하지만 언젠간 내 마음을 이해해주는 날이 찾아 오겠지? 그치만 우리 딸 건강하고 벌써 친구 8명이나 사귀었는데 그 중에 5명이 남자애들이야 우리 딸 미래에 너같이 예쁜 여자 되서 인기있는 여자 되는거 아닌가 몰라?

그리고 이 바보야 내가 너를 왜 잊냐 넌 내 인생에서 단 하나뿐인 여자인데 그걸 잊는 남자가 어딨어? 만약 내가 늙어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해도 너만큼은 절대 잊지 않을 테니깐 걱정 하지마

또 하나 나 평생 재혼 안하고 혼자 살기로 맹세했어  너하고 백년가약을 맺고 너의 곱고 가느다란 손에 반지를 껴준게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 그리고 당신이 죽었더라도 당신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다는 내 마음은 결코 안변해 그니깐 기다려줘! 내가 너한테 갈때까지

-당신을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남편이-

내가 굳이 여기에 글을 쓴 이유는 많은 사람이 우리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알아줬으면 해서야..그리고 니가 소소하게나마 이런 사연을 들려주는 라디오나 글을 읽는 걸 좋아하기 떄문이기도 했고말이야

비록 글 재주가 없지만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고 제 아내가 이 글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시면 정말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