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결혼적령기를 훌쩍 넘긴 30대 중반의 노총각, 노처녀로 각자
`독거노인`과 `백발마녀`의 길을 걷던 중 기적적으로 결혼했다.
결혼을 하고 나자 마이너리거에서 메이저리거가 된 기분이었다. 문제는
어느 정도 진행된 노화를 속일수 없다는 점인데, 흰머리도 흰머리지만 청력
도 약해졌는지 가끔 말귀를 잘 못 알아듣는다.
며칠 전 머리단장을 하고 나오는데 남편이 "열라 뷰티풀!"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유 룩(You look) 뷰티풀!" 이었다. `회삿밥`은 `제삿밥`으로,
`자주 가는 까페`는 작아지는 까페`로 들린다. 남편도 만만치 않다. 같이
영화나 TV드라마를 보면 번갈아 "뭐라는 거야?" 하고 묻고, 알아들은 쪽이
설명해 준다. 이런 주제에 조금이라도 어려 보이겠다고 매일 흰머리를 뽑
고, 요새 아이들의 유행어를 따라 하며 젊은 신혼부부를 흉내낸다. 전철에
앉으면서 한쪽이 "누구삼?" 하면 다른쪽이 "나얌!" 한다. 이쯤 되면 옆사
람들은 매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초등생 자녀가 있을 법한 어른들이
`초딩`흉내를 내는 격이니 거의 `변태`로 보이지 않겠는가.
"어서 아이나 낳으라"는 독촉도 만만치 않다.얼마 전까지 노처녀,노총각
이라 구박받던 우리는 결혼을 하고도 `노신혼`으로 구박을 받는다. 사회적
시간표에 따르면 우리는 영원한 지진아일 수밖에 없다. 그나마 둘이라서
덜 서럽다.